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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패전 뒤 위안부를 간호사 발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하자 일본군 위안부를 군 병원의 보조간호사로 긴급 고용하도록 명령을 내린 사실이 밝혀졌다고 교도(共同)통신이 20일 보도했다. 일본군이 위안부를 간호사로 전환하도록 지시한 경위가 직접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이런 내용은 연합국 측이 암호해독을 통해 확인한 것으로 간토(關東)대학원대학의 하야시 히로후미(林博史) 교수가 영국 공립문서관에서 발견했다고 교도 통신은 전했다.

일본군의 만행을 연구해온 전문가들은 위안부가 간호사로 고용되면서 신분도 군무원으로 변화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성적 노예로 부리던 위안부를 군무원으로 둔갑시켜 연합군 측에 위안부의 존재를 은폐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것이다.

이번에 발견된 문서에 따르면 위안부를 간호사로 전환시키는 조치는 동남아시아 지역에 파견돼 있던 제1 남견(南遣) 함대 사령관이 사이공 제1특별근거지대 등을 수신자로 해 1945년 8월 18일자로 보낸 통지에서 드러났다. 이 통지는 “싱가포르 지역 일본 해군의 위안시설에서 일하던 소녀들이 해군 제101병원에서 보조간호사로 고용됐다”고 지적하며 “사이공에서도 같은 조치를 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또 제8통신대에서 해군 민정부(民政部) 전 책임자에게 보낸 같은 달 20일자 통지에는 “전 지역의 일본 여성을 간호사 자격으로 병원에 할당하라”고 지시했다. 통지는 이어 “통지 전문을 완전히 이해한 뒤에 소각하라”고 명시했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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