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두리의 ㅋㅋㅋ <5> 프랑스 축구 리모델링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지단이 은퇴한 프랑스는 이번 유로 2008 예선에서 조 최하위로 탈락했다. 유별나게 몸이 가뿐한 네덜란드에 4골씩이나 마구 퍼주고는 비틀비틀 하더니 이탈리아에마저 지면서 ‘죽음의 조’에서 침몰해 버렸다.

2002 한·일 월드컵 때만 해도 프랑스는 잉글랜드와 함께 빵빵하게 어깨에 힘을 주고 다녔다.

2006 독일 월드컵 때에는 예선에서는 부진했지만 결승까지 올라가면서 이름값은 했다. 그러나 유로 2008에서 프랑스는 톡톡히 망신을 당했다. “더 이상 지단은 없으니 어서 빨리 세대교체를 하라”는 메시지나 다름 없다.

지난 시즌, 유럽 각국 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 눈에 띄는 프랑스 선수를 찾을 수가 없었다. 유럽의 이적시장을 출렁거리면서 화려하게 바르셀로나로 옮긴 앙리는 바르셀로나의 숏패스 플레이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버벅거리고 힘들어하다 후반기에는 에투에게 밀려 최전방이 아닌 왼쪽으로 빠져서 경기를 해야만 했다. 모델 출신 아내에게 수백억원의 위자료를 물어주고 이혼을 하면서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아비달. 그가 리옹에서 경기를 할때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기술과 스피드에서 튀랑과 리자라쥐를 이을 최고의 사이드백으로 불렸다. 그러나 그 역시 바르셀로나로 옮겨서는 리옹에서 보여주던 날카로운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다. 지성이가 펄펄 날았던 올해 챔피언스리그 4강전에서도 아비달은 이렇다할 활약을 하지 못했다.

그 정도가 아니다. 첼시의 말루다, 그리고 겨울에 이적한 아넬카. 말루다는 너무 평범해져 버렸고 아넬카는 첼시로 이적한 뒤 아예 경기에도 제대로 나가지 못했다. 가끔 짧게나마 경기에 나가면 앙리처럼 본인의 포지션이 아닌 사이드 쪽으로 경기를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사뇰, 튀랑, 비에라 등 팀을 이끌어야 할 프랑스 선수들이 거의 모두 힘겨운 시즌을 보냈다.

선수들의 시즌 성적표는 거의 월드컵이나 유럽선수권으로 연결된다. 이렇게 볼 때 프랑스가 유로 2008에서 성적을 내지 못한 것은 예정된 코스로 볼 수도 있다.

반대로 러시아는 아르샤빈, 포그래브니야크가 포진한 상트 페테르부르크가 UEFA컵에서 우승했다. 이들의 빠른 스피드와 정확한 골 결정력은 정신이 번쩍 날 정도였다. 독일 레버쿠젠을 꺾고 결승에서 바이에른 뮌헨마저 꼼짝 못하게 만든 이들 두 명의 선수. 그때 모습은 ‘빤따쓰띡!’이었다.

성공적인 시즌을 마친 두 선수 중 아르샤빈이 유로 2008 1,2차전에선 부상으로 쉬었고 19일 스웨덴전에는 나왔다. 이날 러시아 팀은 힘과 기운이 넘쳤고 때깔 난 경기를 한 끝에 8강에 안착했다.

순전히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기는 하지만, 이번 대회로 세계 축구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프랑스의 아트사커 세대는 끝났다고 본다. 끝은 새로운 출발을 의미한다. 벤제마, 사냐, 벤 아르파, 리베리…. 2010 남아공 월드컵 예선전에는 이들이 전면에 나타나게 될 것 같다.

알레 레블뢰...!!!

차두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