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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 반포2동 洞.統長 43명이 모두 여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지역사회의 살림은 여성들이 도맡는다」.
아파트촌인 서울서초구반포2동은 동장에서부터 42개통의 통장까지 모두 여자들이 맡고있는 「여성천하」다.
통장이 당연직으로 맡아야하는 통민방위대장도 모두 여성일색.
이들 여성통장은 매년 한차례씩 돌아오는 민방위대원 비상소집훈련날에는 2,500여명에 이르는 지역.직장의 남자대원들을 통솔하고 있는 맹렬 여성들이다.
대부분 40,50대 주부들이지만 새벽의 소집훈련에 빠지는 일이 없고 웬만한 행사에도 90%이상 참석하고 있다.
이들 열성주부들의 활약상이 파다하게 퍼지자 서초구청측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허리가 잘록하게 들어간 여성민방위대장복까지 지급하며 여성통장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민방위대 비상소집 훈련날이면 새벽같이 나와야 하기 때문에 식구들 밥도 못해줘요.그렇지만 업무가 우선이니까 그정도 희생이야 감수해야죠.』 허애숙(50.주공아파트8통장)씨는 『통장으로지역살림을 맡고 있으니 지역방위를 책임지는 것도 당연한 일아니냐』고 했다.
이들은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현장에서도 민방위대.향토예비군등이발굴작업을 하는동안 구호물품들을 조달해 나르고,급식자원봉사를 하는 등의 지원활동을 폈다.또 동사무소에 어린이.청소년을 위한한문교실.시낭송회등을 여는 등 크고 작은 동네 일에도 팔을 걷고 나선다.
쓰레기분리수거에 앞장서 수익금으로 가정마다 쓰레기봉투를 돌리기도 하고 집집마다 폐식용유를 거둬 통장들끼리 비누를 만들어 나눠주기도 한다.
5일 오후 반포동사무소에서 신년모임을 가진 여성살림꾼들은 똘똘뭉쳐 알뜰살뜰한 살림솜씨를 발휘하는데 남자가 끼여있으면 오히려 거추장스럽게 느껴진다며 활짝 웃었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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