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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게 커지는 뮤지컬 시장, 돈과 사람이 몰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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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시뮤지컬컴퍼니는 내년 8월부터 LG아트센터에서 뮤지컬‘아이다’를 올린다. 공연기간은 역대 최장인 10개월이며, 제작비도 100억원이 넘는다.

▶ CJ가 내년 8월께 들여오는 브로드웨이팀의 ‘오페라의 유령’(왼쪽)과 제미로가 내년 10월에 올리는 브로드웨이 히트작 ‘프로듀서스’.

뮤지컬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일찍이 없었던 '격동기'다. 총제작비 100억원을 훌쩍 넘는 외국산 초대형 뮤지컬들이 줄줄이 국내 상륙을 기다리고 있다. 막강한 자본을 앞세운 일본의 뮤지컬 회사는 시장 '직배'까지 노린다. 국내 대기업들도 팔을 걷어붙였다. 동양 그룹에 이어 CJ엔터테인먼트까지 본격적으로 뮤지컬 시장에 뛰어든다. 굉장한 속도로 성장 중인 뮤지컬 시장에서 한발짝이라도 먼저 '패권'을 잡으려는 전략이다.

◇10년 전 영화판과 흡사=1990년대 초반이 그랬다. 외국 영화사들의 직배 압력에 한국 영화는 고사 직전이었다. 그러나 90년대 중반을 지나며 상황이 역전됐다. 재능있는 젊은이들이 영화 아카데미에 들어가거나, 미국과 유럽으로 속속 유학을 떠났다. 90년대 후반, 이들의 귀국과 함께 영화판의 토양은 놀랄만큼 두꺼워졌다.

뮤지컬 관계자들은 "10년 전 영화판과 지금의 뮤지컬판이 흡사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뮤지컬의 본고장인 런던이나 뉴욕에서 유학 중인 학생들도 4~5년 안에 대거 귀국할 전망이다.

◇초대형 뮤지컬이 몰려온다=올 7월 세종문화회관에선 브로드웨이팀의 뮤지컬'카바레'를 공연한다. 신시뮤지컬컴퍼니의 정소애 홍보실장은 "지금까지 뮤지컬 내한공연 가운데 브로드웨이팀이 들어오긴 처음"이라고 말했다. 올 8월에는 디즈니 뮤지컬의 첫 작품으로 '미녀와 야수'가 올라간다.

내년 뮤지컬 시장은 더욱 뜨겁다. 8월께 '오페라의 유령'이 예술의전당에서 3개월간 올라간다. 국내 배우들에 의한 앙코르 공연이 아니다. 브로드웨이팀을 직접 초청하는 대작이다. 또 오페라를 뮤지컬로 바꾼 디즈니사의 '아이다'도 내년 6월 말에 LG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다. '아이다'는 100억원이 넘는 제작비에 총 270회, 무려 10개월간 올라간다. 대형 뮤지컬로선 역대 최장 기간이다. 또 브로드웨이에서 매진 행진을 벌이고 있는 뮤지컬'프로듀서스'도 내년 10월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된다.

◇치열한 패권 다툼=일본의 '시키(四界)'는 뮤지컬 전용극장만 8개를 가진 초대형 뮤지컬 컴퍼니다. 그런 시키가 서울 잠실에 뮤지컬 전용 극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이에 맞서는 국내 대기업들의 움직임도 긴박하다. 동양 그룹 계열의 공연기획사 제미로는 올 8월 '미녀와 야수', 내년 10월에는 '프로듀서스'를 올린다. 영화판에서 '공룡급'으로 불리는 배급.투자.제작사인 CJ엔터테인먼트는 내년 브로드웨이팀의 '오페라의 유령'을 올리면서 뮤지컬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공연사업팀 이성훈 과장은 "국내 뮤지컬 시장의 규모를 현재 30만명으로 보고 있다"며 "대기업의 참여가 뮤지컬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대기업은 뮤지컬 전용극장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제미로 송한샘 마케팅 팀장은 "앞으로 2~3년 안에 LG아트센터(1200석)와 비슷한 규모의 극장을 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CJ엔터테인먼트 공연사업팀의 한소영 과장도 "뮤지컬 전용 극장을 짓기 위해 시(市)유지와 구(區)유지를 통해 부지를 물색 중"이라고 밝혔다. 또 서초구와 예술의전당도 각각 뮤지컬 전용극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창작 뮤지컬의 잠재력=앞으로 4~5년 뒤면 '수입산 뮤지컬'은 바닥이 난다. 남은 시장은 창작 뮤지컬이다. 대기업들과 대형 기획사들은 벌써부터 창작 뮤지컬을 준비하고 있다. 제미로는 모두 3개의 창작 뮤지컬(대극장용1, 소극장용2)을 작업 중이다. 신시뮤지컬컴퍼니는 준비 중인 창작 뮤지컬의 음악 작업을 아예 외국에다 맡겼다. 그러나 경희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김성희 교수는 "수입산 대형 뮤지컬의 관객층이 고스란히 창작 뮤지컬로 옮겨 갈지는 의문"이라며 "안정적인 시장을 만들기 위해선 관객의 안목을 높이는 여러 시도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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