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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펫의 거장 안톤젠이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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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0월 노르웨이 방송교향악단과 하이든 트럼펫 협주곡 제3악장의 카덴차를 연주하는 올레 에드바르트 안톤젠.

'장학퀴즈'의 배경음악으로 흐르는 하이든의'트럼펫 협주곡 E♭장조'. 폴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작곡가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71)가 이 곡에 붙인 새 카덴차가 국내 초연된다. 오는 2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노르웨이 태생의 트럼펫 주자 올레 에드바르트 안톤젠(42)이 협연하고 폴란드 출신의 타데우슈 스트루가와가 지휘하는 서울시향 정기연주회에서다.

안톤젠은 펜데레츠키에게서 이 카덴차를 헌정받아 지난해 10월 작곡자가 지휘하는 독일 슈투트가르트 필하모닉과 초연한 바 있다.

지금까지는 하이든과 알퐁스 고옌스(1867~1950)가 각각 작곡한 카덴차를 주로 사용해 왔다. 고옌스는 낭만주의 시대에 거의 잊혀졌던 하이든 협주곡을 발굴해 널리 알린 벨기에 출신 트럼펫 주자다.

많은 작곡가가 선배 또는 동료 작곡가가 쓴 협주곡을 위해 카덴차를 작곡했다. 요제프 요아힘(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프리츠 크라이슬러(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페루치오 부조니(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제21번 C장조), 알프레드 슈니트케(프로코피예프 첼로 협주곡), 다비드 오이스트라흐(하차투리안 바이올린 협주곡)….

이번 펜데레츠키의 카덴차는 1악장(1개)과 3악장(2개)에 등장한다. 노르웨이의 폭포를 연상케 하는 아르페지오(분산화음)가 특징이며 세개의 카덴차 중 처음과 마지막에선 호른 파트와의 달콤한 앙상블로 이뤄져 눈길을 끈다.

안톤젠은 93년 제프리 테이트 지휘의 잉글리시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녹음한 '빈 클래식과 바로크 협주곡'음반에선 하이든의 카덴차를 사용했으나 지난해부터는 펜데레츠키의 카덴차로 연주해오고 있다.

안톤젠은 브라스밴드 지휘자의 아들로 태어나 다섯 살 때 트럼펫을 배웠다. 오슬로 국립음대 재학 중 오슬로 필하모닉 수석 주자로 발탁될 정도로 일찌감치 실력을 인정받았다. 모리스 앙드레가 거쳐간 제네바 CIEM 콩쿠르에서 87년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89년 브라티슬라바 유네스코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호텔에서 혼자 잠을 자는 것을 유난히 싫어하는 편이었지만 스승의 권유로 독주자의 길로 나섰다.

지금까지 클래식.팝.재즈.크로스오버에 걸쳐 60여종의 음반을 냈다. 록밴드와 녹음한 'Tour de Force(힘든 곡예)'는 노르웨이에서만 14만장이나 팔려나갔다. 이 밖에도 피아니스트 볼프강 자발리시의 반주로 글라주노프.이베르.힌데미트.에네스코 등 20세기 작곡가의 소나타를 녹음했고 오르가니스트 웨인 마셜과 함께 바흐.텔레만.라흐마니노프.그리크 등이 트럼펫과 오르간을 위해 쓴 작품들로 앨범을 꾸몄다. 94년엔 릴레함메르 겨울 올림픽 팡파르를 녹음했다. 02-399-1741.

◇카덴차(cadenza)=협주곡의 빠른 악장의 마지막 부분에서 오케스트라 반주 없이 독주 악기의 눈부신 기교와 음악성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삽입한 부분. 앞서 등장했던 주제를 회상하며 환상의 나래를 펴는 꿈같은 순간이다. 작곡자가 악보로 남긴 경우도 있지만 연주자의 즉흥적인 재량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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