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또 '쾅' 연이틀 홈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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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엽이 5일 니혼 햄 파이터스전에서 6회말 홈런을 치고 있다. [AP=연합]

"이승엽! 이승엽! 이승엽!"

이틀 연속 이승엽(28.롯데 머린스)의 이름이 머린스스타디움에 메아리쳤다. 홈구장을 찾은 머린스 팬들은 새로운 '슬러거'의 합류를 목청껏 자축했다.

지난 4일 시즌 첫 홈런을 기록한 이승엽이 5일에도 홈런포를 쏴올리며 '아시아 홈런킹'의 자존심을 세웠다. 지바에서 열린 니혼햄 파이터스전에서다.

이날 1루수 겸 4번타자로 선발 출장한 이승엽은 1회말 첫 타석에선 평범한 1루수 앞 땅볼로 물러났다. 하지만 '홈런왕'이 타격 감각을 찾는 데는 두번의 기회가 필요하지 않았다. 4회 1사 주자 1루 상황에서 두번째 타석에 들어선 이승엽은 3구째인 직구를 받아쳐 1.2루 사이를 가르는 안타를 만들어냈다. 5번 베니 아그바야니가 2루타를 치자 홈을 밟아 득점까지 올렸다.

3-0으로 팀이 앞서고 있던 6회말 이승엽에게 세번째 타석이 돌아왔다. 선두타자였다. 제1구가 바운드되며 파이터스의 투수 이와모토가 제구력 난조를 보이는 듯하자 이승엽은 기다리는 쪽을 택했다. 볼카운트는 2-2까지 흘렀다. 이때 이와모토가 택한 공은 가운데 낮은 곳으로 떨어지는 슬로 커브. 하지만 그가 힘겹게 고른 시속 110㎞짜리 커브를 이승엽은 가만 두지 않았다. 감겼던 태엽이 풀리듯 스윙이 나왔고 배트에 맞은 타구는 우중간 담장을 가볍게 넘었다. 비거리 125m짜리 대형 홈런이었다. 지난 4일 '제1호'도 150m 장외 홈런이었던 이승엽의 장타력이 또 한번 빛났다.

홈런이 끝이 아니었다. 후속 타자들의 도움이 없어 아쉽게 득점으로 연결되진 못했지만 이승엽은 8회 마지막 타석에서도 우익수 오른쪽에 떨어지는 깨끗한 2루타를 뽑아냈다. 4타수 3안타(타율 0.353). 이승엽은 지난달 31일 긴테츠 버팔로스와의 홈경기에 이어 이번 시즌 두번째로 4타수 3안타의 '맹폭'을 기록했다. 이런 이승엽의 활약을 앞세운 머린스는 이날 파이터스를 4-1로 눌렀다.

이승엽은 경기를 마친 뒤 "오른쪽을 의식하고 끌어당겼으면 파울이 됐을 텐데 중앙 펜스를 의식하고 쳐 홈런이 됐다. 일본 투수들은 변화구가 좋아 당분간 무거운 배트를 사용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담담하게 소감을 밝혔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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