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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박빙의 승부처] 서울 중구 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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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 서울 중구 "정치 세습" "정치 명가" 공방 치열

4일 오후 4시30분. 서울 중구의 명소인 신당동 떡볶이 골목 주변에서 정호준(열린우리당)후보가 유세를 했다. 그는 이곳에서만 8선을 한 고(故) 정일형 박사의 손자이자 5선을 한 정대철 의원의 아들이다.

"신당동 떡볶이집도 3대째 하는 집이 더 맛있습니다. 정치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버지 지역구를 대물림한 鄭후보는 지역 이슈로 등장한 '세습 정치' 논란을 정면돌파했다. 우리나라도 미국의 케네디가(家) 같은 '정치 명문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여론조사에서 鄭후보와 오차 범위 내 1, 2위를 다퉜던 한나라당 박성범 후보도 후광은 남부럽지 않다. 그의 '병풍'은 앵커 출신 신은경씨의 내조다. 선거 때마다 하이힐 대신 운동화, 스타킹 대신 면양말을 신고 지역을 누벼 발에 물집이 생기곤 했다는 申씨는 다시 운동화끈을 동여맸다.

물론 후보 경쟁력이 당락을 가를 요인임은 부인키 어렵다. 鄭후보는 뉴욕대 정보기술(IT)분야 석사, 삼성전자에서 근무한 IT 전문가라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朴후보의 카드는 경륜이다. 그는 "鄭후보가 열린우리당 태풍 덕에 뜨긴 했지만 그 정도 경험과 경륜으로 지역을 맡기엔 이르다"고 주장했다. 변수는 민주당 김동일 후보의 득표력이다. 내리 세번 민선 구청장을 지낸 金후보는 행정 전문가임을 앞세워 양강 구도를 허물겠다는 각오다.

강민석 기자

*** 전남 고흥-보성 박상천 對 신중식 … 박주선 변수

탄핵풍의 여파로 열린우리당 지지세가 뚜렷한 호남에서 전남 고흥-보성은 접전지로 분류되는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다. 탄핵안 가결 이후 여론조사에서는 정치신인인 열린우리당 신중식 후보가 일약 선두로 뛰어올랐다. 그러나 최근엔 민주당 박상천 후보와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다는 게 현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5일 목이 쉰 채 유세에 나선 申후보는 "사망선고를 받은 민주당이 다시 싹을 틔우는 건 불가능하다"며 탄핵심판론을 부각했다. 申후보 측은 특히 박상천 후보를 '한나라.민주 공조의 원흉'으로 지목하며 정치세력 교체를 강조한다.

그러나 고흥에서만 내리 4선을 한 朴후보의 탄탄한 조직력이 만만치 않은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게 각 진영의 평가다. "민주당을 살려달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朴후보는 "탄핵정국은 몇 개월이지만 국회의원은 4년간 지역발전을 책임져야 한다"며 '신인 대 거물급'구도를 설정하고 있다. 노년층이 전체 유권자의 70% 이상이라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노인 폄하'발언도 단골 공세거리다.

이런 속에서 유일하게 보성 출신인 무소속 박주선 후보의 득표력이 또 다른 변수로 꼽힌다. 16대 때 고흥(박상천)과 보성-화순(박주선)에서 두 현역의원이 배출된 이 지역은 이번에 고흥-보성으로 통합됐다.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박주선 후보는 '정치탄압'과 '명예회복'을 내세우며 옥중출마했다. 옥중서신을 인터넷(www.jstv.or.kr)에 띄우며 "젊은 인재를 키워달라"고 호소하는 朴후보에게 보성 몰표가 쏟아질지가 관심거리다.

고흥=김성탁 기자

*** 경북 구미을 前 경영인·관료 출신 정책 대결

새로 생겨난 도농 복합형 선거구인 경북 구미을. 이곳도 여느 대구.경북 지역처럼 탄핵 역풍으로 한나라당 우위가 단숨에 뒤집어졌다. 이런 참에 '박근혜 바람'의 당사자인 朴대표가 직접 '바람 몰이'에 나서 판세 변화가 주목되는 것이다.

한나라당 김태환 후보 측은 "朴전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짙은 지역 특성상 박근혜 효과는 상상 이상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그는 지역을 돌며 "朴전대통령의 영애인 朴대표가 취임한 뒤 한나라당이 새롭게 태어났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열린우리당 추병직 후보 측은 "외지 출신 20, 30대 구미공단 근로자가 유권자의 70%를 넘어 朴전대통령을 잘 모른다"고 주장한다.

유권자들 사이엔 인물과 정책 위주로 표를 던지겠다는 기류도 강하다. 정책 대결의 최대 이슈는 수년째 지지부진한 구미4공단의 활성화다.

금호그룹의 전문경영인 출신인 金후보는 "실물경제의 경험을 살려 4공단을 조기에 완성하겠다"고 약속했다.

건설교통부 차관을 지낸 秋후보는 "4공단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선산 등지를 공단의 배후 주거지역으로 만들겠다"며 도농 연계 개발안을 제시했다. 무소속 이규건(41)후보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구미=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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