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 큰 석탄공사 … 140억 부도어음 숨기려 1100억 추가 대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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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대한석탄공사 김모(54) 관리총괄팀장과 양모(48) 재무팀장은 지난해 4월 30일 S증권사 임원으로부터 중요한 정보를 들었다. “명지건설이 4월 27일 1차 부도가 났으며 추가 자금 지원이 없으면 최종 부도가 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자금 운용을 담당하던 두 사람은 당시 S증권사 소개로 명지건설 어음 140억원어치를 사놓은 상태였다.

이때부터 두 사람은 경영진 몰래 명지건설에 무리한 대출을 시작했다. 최종부도가 나 140억원을 떼일 경우 문책받을 것을 우려해서다. 지난해 5월 석탄공사 시설투자에 쓸 차입금 418억원을 추가 어음매입에 사용했다. 같은 해 6~11월에는 석탄공사 직원들의 퇴직금 중간정산 명목으로 회사채를 발행한 자금 1100억원을 쏟아부었다. 석탄공사의 한 해 예산에 맞먹는 자금이었다. 하지만 김원창 석탄공사 사장에게는 보고조차 안 됐다. 석탄공사 내부 규정상 100억원 이하 자금운용은 과장 전결, 100억원 이상은 부장 전결로 처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명지건설 어음을 매입한 돈 가운데 950억원은 상환이 어려운 상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18일 김 팀장을 구속기소하고 양 팀장을 불구속기소했다. 지난해 5~11월 명지건설 어음 1687억원어치를 매입해 석탄공사에 막대한 손해를 입힌 혐의(특경가법상 배임)다. 검찰은 지난해 7월 이런 상황을 보고받고도 추가 대출 중단 조치를 취하지 않은 석탄공사 김모 본부장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명지건설에 대한 대출사실을 몰랐던 김원창 석탄공사 사장은 무혐의 처분했다. 김 사장의 경우 반기 자금동향보고서의 형태로 석탄공사의 전체 자금동향을 보고받았지만 수치만 추상적으로 표현돼 있어 세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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