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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도메네크 감독 ‘딴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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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도메네크 프랑스 축구대표 감독과 25세 연하의 연인 에스텔레 데니스.

‘임기응변에 능한 지도자인가, 아니면 로맨티스트인가.’

유로 2008에서 C조 꼴찌(1무2패)로 예선 탈락한 레몽 도메네크(56) 프랑스 감독의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18일(한국시간) 이탈리아와의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0-2로 패한 직후 TV 카메라 앞에 섰다. 분노한 자국 축구팬들 앞에서 패인에 대해 설명을 해야 하는 괴로운 시간이다. 그는 한 프랑스 기자로부터 “이번 패배로 사임할 생각이 없냐”는 직설적인 질문을 받았다. 그런데 답변이 걸작이다.

도메네크는 “지금 이 순간 나의 계획은 오직 한 가지뿐이다. 에스텔레 데니스와 결혼하는 것이다. 바로 오늘 저녁 그녀의 손을 잡고 청혼하겠다”고 동문서답을 했다. 한술 더 떠 그는 “인생에는 아름다운 것들이 있다. 어려운 순간에 처하면 당신도 주변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전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경기에서 패한 감독이라기보다는 그저 아름다운 순애보의 주인공처럼 느껴지는 게 하는 발언이다. 2004년 프랑스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후 도메네크는 성적 부진으로 끊임없이 사임 압력을 받았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팀이 준우승한 덕분에 중도 경질의 수모는 면했지만 ‘무능 감독’이란 꼬리표가 항상 따라다녔다.

도메네크의 청혼을 받은 에스텔레 데니스(31)는 미모를 자랑하는 프랑스 TV M6채널의 방송 진행자로 알려졌다. 도메네크보다 25살이나 연하이며 오랫동안 연인 관계를 맺어 왔다. 그러나 도메네크와 사귀는 동안 지울리라는 축구 선수와도 관계를 맺었다는 소문이 나도는 등 이미지는 좋지 않은 편이다. 독일월드컵 당시 지울리가 프랑스 대표팀에서 제외된 배경에는 에스텔레와 이들 두 사람의 삼각관계가 있었다는 게 정설이다.

도메네크는 괴짜 감독으로도 유명하다. 아마추어 연극인 출신인 그는 점성술 신봉자다. 별자리를 따져 출전 선수를 뽑았다는 말이 나돌아 한동안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가끔 돌출 발언으로 프랑스 축구 팬은 물론 선수들에게도 그다지 신뢰를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인터뷰에서의 ‘프러포즈 발언’도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인터뷰에서 그는 또 “프랑스 축구의 미래가 밝다. 경기는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축구팬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발언 내용이다.

이번 예선 탈락을 계기로 프랑스에서는 감독 교체론이 뜨겁다. 언론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과 유로 2000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 프랑스를 우승으로 이끈 디디에 데샹(40)을 차기 감독으로 지목하고 있다.

취리히(스위스)=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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