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오바마의 잘못된 한·미 FTA 인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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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미국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 후보가 “한국이 수십만 대의 차를 미국에 수출하면서도 미국 차의 한국 내 수출은 수천 대로 계속 제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현명한 협상’이 아니었다고 했다. 우리는 그의 발언이 미시간주에서 나온 점에 주목한다. 그곳은 미국 자동차산업의 거점이다. “특정 계층의 이익에만 기여하는 통상정책에 반대한다”는 오바마 후보에게 정작 자신이 미국 자동차 노조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지 않은지, 먼저 반문하고 싶다.

그가 거론한 자동차 사례는 잘못된 인식에 바탕하고 있다. 물론 우리가 세무조사까지 동원해 외제차 구매를 방해한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1997년 한·미 자동차협정 이후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수입 제한은 전혀 없다. 오히려 2000년 한국은 포드 링컨LS를 옛 산업자원부 장관용 승용차로 구입까지 했다. 이 차량이 왜 7년 동안 3만9838㎞밖에 달리지 않았는지 오바마 후보는 알고 있을까. 정부 관계자는 “차량이 불편하고 기름 소비가 많아 의전 업무에만 제한적으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후보의 자유무역 부작용에 대한 거듭된 언급은 마음에 걸린다. 11월 미 대선에서 당선이 유력한 후보가 보호무역으로 기운다면 세계적 불행이다. 지구촌이 세계화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그 치유책은 보호무역이 아니라 국제 간의 공조다. 최근 쌀·옥수수의 보호무역 장벽이 높아지면서 개발도상국의 얼마나 많은 저소득층이 고통을 받고 있는지 오바마 후보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미국의 연간 국내총생산이 지금보다 100억~120억 달러 불어난다. 이는 한국보다 더 큰 규모다. 한국은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려다 국가적 홍역을 치르고 있다. 우리 정부는 외교력을 총동원해 이런 내용을 오바마 진영에 충분히 알려야 한다. 18대 국회도 한·미 FTA를 서둘러 비준해야 꺼져가는 불씨를 되살릴 수 있다. 한·미 FTA는 미국에선 자동차 노조의 몇십만 표가 걸린 사소한 선거이슈일지 몰라도, 우리에겐 미래가 걸린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