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부담 덜고 자녀들도 재미있게-연말연시 가족모임 이렇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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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먹고 마시고 1차,2차,3차.으레 흥청망청해야 연말연시 분위기가 난다고들 하지만 가족모임부터라도 방향을 180도 바꿔 색다른 분위기를 시도해봄이 어떨지.
주부 박완정(朴玩貞.31.서울용산구이태원동)씨는 남편친구 네부부가 매년 크리스마스 전후로 모이던 저녁모임의 분위기를 집집마다 아이가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한 3년전부터 바꾸기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기다려지고,의미있고 재미있는 모임이 되게 하기위해 생각해낸 것이 각 집에서 선물을 하나씩 준비해와 아이들이골라 갖도록 하는 것.다만 돈을 주고 새로 준비한 선물은 안된다는 원칙을 세웠다.그래서 등장한 것이 작아져 못 입게 된 헌옷,싫증난 장난감,공테이프에 녹화한 만화영화 따위.어떨 때는 친정에서 얻어온 들깨.호박까지 등장한다.
『혼자 자란 아이들에게 여럿이 나눠쓰는 소중함을 알게 해 주고 싶다』는 朴씨네의 알뜰한 생각은 저녁식사 준비 때도 고스란히 나타난다.집에서 저녁을 먹는 경우에는 집집마다 한두가지씩 음식을 준비해와 장소를 제공한 집에 큰 부담을 주 지 않는다는것이 원칙.
연말연시 모임은 아니지만 주부 한천수(韓泉水.39.서울강동구가락동)씨네 외할아버지,외할머니의 한자이름을 한자씩 따 이름을붙인 「인덕회(仁德會)」도 유명한 모임.
외가쪽 8남매가 3대까지 모이다보니 회원만도 약 120명.「지글지글 고기 굽고,어른들은 술마시고 아이들은 따로 노는 문화가 지겨워」식사는 주문도시락과 상추쌈에 돼지머릿고기 정도로 간단하게 때운다.
대신 모임의 본론은 식사후 펼쳐지는 레크리에이션.韓씨네 형제가 주최한 지난 10월모임은 「인덕회」티셔츠를 함께 맞춰 입은가족 60여명이 오금공원에서 풍선터뜨리기,훌라후프 돌리기,OX게임 등을 즐겼다.
韓씨는 『이런 모임일수록 여자들,특히 며느리들의 부담이 한결덜어진다』고 자랑한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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