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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성에 평화 기원 한국의 북소리 둥둥둥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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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디딤 무용단의 국수호 단장이 베이징 올림픽 기간에 현지에서 한국공연단체로는 유일하게 공식 공연할 창작무용 ‘천무’를 소개하고 있다.

“8월 베이징(北京) 올림픽 기간에 자금성(紫禁城) 하늘 위로 한국의 북소리가 울려퍼질 겁니다. 평화롭고 조화롭게 살도록 해달라는 인류의 간절한 기원을 북소리를 통해 하늘에 전달하고 싶어요.”

국수호(60) 디딤 무용단 단장 겸 예술감독은 요즘 이런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한국 공연 예술 단체로는 유일하게 베이징 올림픽 조직위원회로부터 올림픽 기간에 공식 공연을 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기 때문이다.

국 단장은 한국 창작 무용의 대표 주자로 88 서울올림픽 때 ‘화합’을, 2002년 월드컵 때는 ‘어울림’이란 작품을 선보였다. 그가 이번에는 이웃나라 중국에서 열리는 베이징 올림픽 기간에 한국의 창작 무용을 또다시 세계인들에게 보여줄 기회를 얻은 것이다.

올림픽 선수촌과 란칭극장 외에도 자금성 중산(中山)극장에서 공연할 기회를 얻었다는 사실에 국 단당은 크게 고무돼 있다. 올림픽 기간에 자국 문화 홍보를 위해 베이징의 각국 외교관들이 가장 선망하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공연 준비를 위해 베이징을 미리 찾은 국 단장은 자금성 중산극장 무대에 올릴 예정인 창작무용 ‘천무(天舞)’의 일부를 17일 중국 언론에 공개해 호평과 극찬을 받았다. 고구려 벽화에 나타난 춤사위를 바탕으로 당나라 시인 이백(李白)의 시속에 그려진 고구려인의 모습을 춤으로 형상화한 작품이었다. 역동적인 동작과 화려한 의상이 시선을 붙잡았다.

이날 중국중앙방송(CCTV) 등 26개 매체가 한국의 색다른 창작무용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중국의 대표적인 공연 업체인 바오리(保利)연출공사의 저우여우(周游)부사장은 “전통과 현대가 완벽하게 결합된 수작”이라고 평가했다.

국 단장이 직접 만든 ‘천무’는 60여 명의 무용수가 참여하는 85분짜리 작품이다. 5∼6분짜리 작품 13개로 구성됐다. 국 단장은 “중국의 황제가 살던 자금성에서 공연할 기회를 얻어 이번 작품에 특별히 ‘천무’란 이름을 붙였다”라고 소개했다.

8개 레퍼토리가 북과 연관이 있을 정도로 이번 공연에선 북이 큰 비중을 차지할 예정이다. 땅에 발을 딛고 사는 인간이 평화롭게 살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하늘에 기원을 전달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 북이라고 생각해서라고 한다. 북의 대합주를 위해 200여 개의 북을 국내에서 제작해 중국으로 운반할 예정이다. 그는 “의상·무대장치·소품 디자인 등을 모두 별도로 제작할 예정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봐왔던 춤과는 다를 것”이라고 자신했다.

올해 창작무용 인생 45년을 맞는 국 단장은 “가을에 달을 주제로 기념 공연을 할 생각”이라며 “45년을 창작무용에 바쳤지만 지금도 새로운 춤의 테마를 갈구한다”라고 말했다. 수교 전인 88년부터 20년간 중국을 50여 차례 드나들 때마다 골동품 거리를 찾아다닌 것도 전통 문화 속에서 새로운 춤의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는 “가야 시대의 춤을 복원하고,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춤을 재현해보겠다”라며 도전의식을 나타냈다.

조선족 출신으로 중국의 국가 1급 안무가 자격을 보유한 이승숙 연변무용가협회 회장은 “동양의 전통 문화 속에서 기발한 아이디어를 건져 올리는 특출한 재주가 국 단장에게 있다”라고 평가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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