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기행 ② 국제현대미술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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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의 운동장 혹은 세계의 조각장

영월읍 삼옥리를 찾아가는 길에서는 고요만을 벗하고 가야 한다. 영월 삼옥리의 국제현대미술관은 읍내에서 4km 가량 떨어져 있다. 읍내에서 동강을 끼고 한 시간 반을 하염없이 걷다보면 나의 산책이 곧 풍경이 되는 중임을 직감하게 된다.

국제미술관에 도착해 보면 어째서 이토록 인적 드문 곳에 미술관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인지 자연스레 궁금증을 해소하게 된다. 국제미술관은 폐교가 된 삼옥초등학교를 2001년에 재단장해서 쓰고 있었다. 간혹 동강의 물 흐르는 소리만 들릴 뿐 적막강산 그대로인 폐교의 풍경. 하지만 막상 운동장 안쪽으로 들어와 보니 별천지가 따로 없다. 우선 교실 안으로 들어서니 마치 예술에 전당에 들어선 듯 잠시 휘청했다. 알고 보니 이곳은 조형예술로 명성이 높은 박찬갑 작가가 직접 폐교를 가꾸고 있었다. 이 이상 멋진 갤러리가 있을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교실 밖으로 나와 운동장을 걸으면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평화를 기원하는 이스라엘 및 벨기에 작가와, 형식주의 파괴로 유명한 페루 작가 L A SIFUENTES 등 약 70여개 국가에서 활동 중인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작품 수만 180여 점이다. 운동장에 자유롭게 설치해놓은 형상이 이채롭다. 모든 작품을 꼼꼼히 감상하고 박찬갑의 ‘고기 잡는 아이들 작품’을 감상하려니 갑자기 어디선가 소음이 들려온다. 운동장 한쪽에서 한 작가가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들꽃 가득한 폐교 안에서 작가는 작품 만들기에 열중하고 관람객은 운동장과 교실을 돌아다니면서 예술작품 감상에 빠져 있는 풍경을 상상하려니 흐뭇해진다. 공허한 공간으로 남겨질 뻔 했던 이 운동장은 모두를 위한 열린 전시장으로, 아티스트를 위한 특별한 작업장으로 자유롭게 공간 변환 중이었다.

박물관 측은 앞으로도 계속 국내외 수준급 예술가를 계속 유치할 예정이라고 한다. 야외 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박찬갑 작가는, 관객들이 운동장을 거닐며 탁 트인 공간 속에서 더 훌륭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애쓰고 있다. 그의 올해 화두는 ‘야외 작업공간을 활용한 예술가와 대중과의 만남’이다. 세계 조각가들의 시선을 작은 산골마을의 폐교로 집중시킨 그는 이제 다른 작가들과의 작품을 교환전시 하기 위한 또 다른 프로젝트를 구상중이다. 조만간 또 어느 곳에서 세상에 다시없을 것만 같은 공간 하나가 태어날 예정인 셈이다.

tip: 미술관 뒤쪽으로는 영월의 별마로 천문대로 이어지는 길이 있으니 해가 질 무렵 천문대로 올라가 별자리 여행까지 챙기자. 이곳 개관시간은 오전 아홉시에서 오후 여덟시까지며 명절은 쉰다. 이용 요금은 대인 3천원 중고생 2천원 초등생 1500원 유치원생 500원이다.

사진 - 이한얼

객원기자 설은영 eny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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