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럭비·사이클 … 선수 5000명 왜 머나먼 강진까지 가 훈련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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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전남 강진군 강진읍에 있는 한식당 ‘한우정’은 요즘 하루 100만~150만원의 매상을 올린다. 평소의 2~3배다. 단체 손님 50~100명이 날마다 세 끼니를 이 식당에서 먹고 있다. 주인 김효관(40)씨는 “아흐레째 매출이 껑충 뛰고 있다”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강진읍 내 모텔 등 숙박업소들도 방이 모두 차 만원 사례다. 5개가 있는 목욕탕도 비수기인 여름철인데도 매일 20~30명씩 단체를 두세 팀씩 받아 북적거린다. 밤이면 맥주집·노래방·PC방 같은 곳들은 외지에서 온 젊은 손님들로 붐빈다.

10일부터 강진군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19회 대통령기 전국종별럭비선수권대회의 덕을 보고 있는 것이다. 19일까지 열흘간 대회에는 전국에서 중등·고등·대학·일반부 24개 팀이 출전했다. 대회 참가 인원 수가 팀당 30명 안팎의 선수에 임원·심판진·응원단까지 합치면 1000명가량이나 된다. 이들이 1인당 하루 약 6만원씩 쓰는 걸로 계산하면 대회 기간 중 6억원 정도가 풀리는 셈이다.

강진의 이 같은 ‘스포츠 특수’는 올 들어 벌써 여섯 번째. 인구의 70%가 농어업에 종사하는 시골 마을이 각종 체육대회를 유치하면서 스포츠 마케팅의 모델이 되고 있다.

올 들어 지금까지 연 전국 규모 스포츠대회만도 3·1절 기념 전국도로사이클대회와 춘계 한국여자축구연맹전을 비롯해 여섯 개. 이달 27~28일에는 ‘Tour de Korea-Japan 사이클 대회’가 열려 외국 선수도 150여 명이나 온다. 이 대회에는 420여 명의 선수와 임원·심판진 등 700여 명이 참가한다.

임경태(53) 강진군 스포츠기획팀장은 “88개 팀 2500여 명이 참가하는 전국 유소년클럽 축구리그를 포함해 연말까지 모두 15개 전국 대회가 잡혀 있다”며 “겨울철 전지훈련 팀까지 합치면 올 한 해 스포츠 마케팅을 통한 경제적 파급 효과가 1700억원이 넘을 것”이라고 전했다. 강진에선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까지 전국 167개 스포츠팀 5000여 명이 전지훈련을 했다.

◇남쪽 끝 강진까지 왜 오나=강진을 스포츠 마케팅 도시로 만들자는 것은 황주홍(사진)군수의 아이디어 였다. 황 군수는 2005년 6월 직원 12명으로 스포츠기획단을 구성했다. 시골 지방자치단체로는 파격적이었다. 이후 스포츠 시설들을 점차 늘리며 각종 대회와 전지훈련을 하나 둘씩 유치했다. 황 군수는 “스포츠 마케팅에서 강진의 강점은 주민과 공무원의 친절”이라며 “따뜻한 기후와 맛있는 음식, 많은 볼거리도 대회 유치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강진군은 축구·럭비를 할 수 있는 종합운동장 주경기장과 천연 잔디 3면, 인조 잔디 3면을 갖추고 있다. 체육시설에 대한 투자도 활발하다. 20년 전 지은 종합운동장의 화장실·탈의실·샤워장 등을 45억원을 들여 개선 중이다. 도암면 바닷가 17만㎡엔 민자 200억원을 유치해 정규 규격 야구장 6개와 리틀야구장·유스호스텔 등을 갖춘 야구 전지훈련장을 내년 말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이해석 기자

◇강진=1만8000여 가구 4만2000여 명의 농어촌 지역으로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비율이 24.6%나 된다. 여름과 겨울의 기온 차가 비교적 작고, 온화한 해양성 기후를 보인다. 정약용 선생이 유배생활을 했던 다산초당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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