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盧씨 비자금 비교-경호실이 수금창구 철저히 돈세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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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전두환(全斗煥).노태우(盧泰愚) 두 전직 대통령은 비자금 조성과 관리에 유사한 점이 너무 많다.
재임 기간중 기업체들로부터 돈을 받거나 국책사업과 관련해 리베이트를 챙기는등 비자금 조성과정뿐 아니라 가.차명예금과 채권.부동산등으로 비자금을 분산.은닉해 놓은 수법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盧씨가 퇴임후 비자금 관리를 재임중 맡아왔던 이현우(李賢雨)전 경호실장에 맡긴 반면 全씨는 다른 인물로 교체하는등 자금 관리방식에는 차이점도 없지 않다.
우선 두 사람 모두 청와대 경호실이 창구가 돼 기업인들로부터비자금을 거뒀다.全씨의 경우는 장세동(張世東).안현태(安賢泰)씨등 전직 경호실장과 김종상(金鍾相)경호실 경리과장등이,盧씨의경우 李전경호실장과 이태진(李泰珍)경호실 경리 과장이 비자금 조성과 관리의 주역이다.또 全씨나 盧씨가 공통적으로 남은 비자금을 부동산과 채권.양도성 예금증서,가.차명예금등 다양한 금융자산으로 분산 투자해 놓았던 점도 같다.
盧씨의 경우 사돈기업인 동방유량과 동생 재우(載愚)씨를 동원,서울센터빌딩.동남타워빌딩.미락냉장.동호빌딩등에 비자금을 은닉했으며 全씨도 경기도일대 70여곳에 친인척 명의로 부동산을 매입한 것으로 검찰은 추정하고 있다.
全씨의 경우 이렇게 분산 예치한 금융자산이 만기가 돼 현금상환되거나 예금액을 인출해 다른 계좌에 넣을 때에는 복잡한 돈세탁 과정을 거쳤다.
盧씨의 경우에도 신한은행 서소문지점등에 차명계좌로 비자금을 입금하기까지 사채시장등을 동원한 복잡한 돈세탁과정을 거쳤으며 남은 비자금을 차명계좌 뿐 아니라 양도성 예금증서등으로 분산.
투자했다.
93년8월 금융실명제가 전격 실시되자 두사람 모두 타인의 이름을 빌려 변칙 실명전환한 것도 공통점이다.
그러나 全씨의 경우 퇴임후 오랜 기간이 지나면서 여러번 금융자산을 바꾼 까닭에 계좌당 금액이 수억원단위로 쪼개져 있었고 친인척 명의로 실명전환해도 금융.세무당국의 눈에 띄지 않았다.
반면 盧씨는 계좌당 단위가 수백억원대에 이르러 의심받지 않기위해선 대우.한보그룹등 기업체 명의를 빌릴 수밖에 없었다.
비자금 관리자도 차이점중 하나다.盧씨는 재임중과 마찬가지로 퇴임후에도 이현우 전경호실장.이태진 전경호실 경리과장등과 함께비자금을 관리했다.
이에 비해 全씨는 퇴임후에는 장세동.안현태씨나 김종상씨등 재임중 관리자들에게 비자금 관리를 맡기지 않았다.대신 현재 검찰이 추적중인 제3의 인물이 비자금을 관리해 왔다는게 수사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용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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