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도축장 점검 내용 누락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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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달 미국 내 도축장을 살펴보고 온 정부 점검단이 당시 현장에서 지적된 문제를 빼고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또 점검단이 발표장에서 제시한 현장 사진도 직접 촬영한 것이 아니라 미국 측에서 제공한 것으로 나타나 일각에서 조사의 독자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15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점검단이 현장조사 이후 제출한 보고서에는 ‘30개 작업장 중 한 곳에서 도축 후 예냉실로 들어가는 지육과 예냉실에서 가공장으로 나가는 지육이 서로 닿을 우려가 있어 시정 조치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지육이란 소의 머리와 발, 내장을 제거한 몸통 부위를 말한다. 또 ‘도축장 한 곳에서는 치아감별사가 2명에 그쳐 예비인력을 추가 확보하도록 요청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은 점검단이 귀국 후에 발표한 자료에서 빠졌다. 점검단은 지난달 29일 미국 쇠고기 수출작업장 점검 결과 “위생관리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된다”고 발표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점검단이 현지 조사할 당시 도축된 소의 지육 표면끼리 닿으면 미생물 오염 우려가 있어 이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시정을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치아감별사가 2명이면 만약에 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비할 수 없어 훈련된 예비인력을 추가 확보하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검역원은 이런 시정 요청이 당시 현장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별도로 공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도 “도축장에서 30개월 미만 쇠고기와 30개월 이상 쇠고기가 냉장 과정에서 닿을 수 있어 교차오염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일부에서 지적한 것은 지육끼리 서로 닿을 수 있다는 점을 잘못 이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도축된 소의 지육 표면은 특정위험물질(SRM) 부위가 아니라서 광우병의 교차오염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현장 점검 사진은 미국 측 관계자들이 촬영하고 검토한 뒤 우리 측에 건넨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도축장 내에는 원칙적으로 외부인의 촬영이 금지된다”며 “우리가 현장을 점검하며 필요한 장면을 지적하면 동행한 도축장 관계자가 촬영해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미국 측이 사진 제공 과정에서 불리한 사진을 제외했을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도축장 특성상 외부에 공개하기 어려운 극히 혐오스러운 장면을 제외하고는 의도적으로 뺀 사진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런 정부 해명에 대해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측은 “별것 아니라는 식으로 얘기하는데, 그렇다면 왜 진작 관련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느냐”고 반박했다.

대책회의 자문위원인 박상표 수의사연대 정책국장은 “문제가 된 미국의 278작업장의 경우 2006년 점검 때도 30개월 이상과 이하 소에 같은 도구를 사용했고, 구분 도축을 제대로 하지 않아 작업장으로 승인되지 않은 곳”이라며 “이번에도 문제가 발견됐는데 정부가 덮으려 했다”고 주장했다. 박 국장은 또 “정부가 모든 정보를 독점하고, 체크리스트 원본을 공개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농식품부는 이에 대해 “자료 공개를 요구한 국회의원이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및 개인에게도 보고서를 투명하게 보여줬다”고 답했다.

조민근·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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