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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파병지 북부 2곳 압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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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미 양국은 한국군 자이툰 부대의 이라크 파병지를 이라크 북부 지역으로 합의했다고 국방부가 밝혔다. 남대연 국방부 대변인은 2일 "미국 측으로부터 한국군 파병지로 이라크 북부의 술라이마니야와 아르빌 지역 가운데 한 곳을 맡아달라는 서한을 받았다"며 "조만간 한 곳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오는 10일께 황의돈 자이툰 부대장을 단장으로 하는 조사단을 두 지역으로 보내 현지 분석에 나선다. 미국과 최종 조율이 4월 말까지 이뤄지면 선발대는 이르면 5월 중순, 본대는 6월 중순 파병될 것으로 국방부는 예상했다. 술라이마니야는 이라크전 종전 이후 지금까지 테러 활동이 거의 없었던 안전지대라는 것이 장점이고, 아르빌은 3600여명인 자이툰 부대의 규모에 걸맞은 이라크 북동부의 경제.교통 중심지라는 것이 특징이라고 군 관계자가 밝혔다.

아르빌에서는 지난 2월 1일 자폭차량 테러로 25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술라이마니야와 아르빌에는 각각 미 25사단 2여단의 포병 중대 100여명과 스트라이커 여단인 미 2사단 3여단의 민사대대의 일부 병력 110여명이 주둔하고 있다.

한.미는 당초 술라이마니야.아르빌.타밈 북부 등 북부 세곳과 나자프.카디시야.디카르.메이산 등 남부 네곳을 대상으로 파병 후보지를 검토했다. 그러나 남부 지역은 주둔 중인 스페인 여단 등의 철군 여부가 불확실해 미국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술라이마니야와 아르빌 일대는 1991년 걸프전 이후 미.영 연합군의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돼 자치지역으로 인정받아 왔다. 지난해 이라크전 때에도 대규모 전투가 벌어지지 않아 전쟁 피해가 적었다. 南대변인은 "현지 조사를 통해 최종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채병건 기자

[뉴스분석]

이라크 북부의 아르빌과 술라이마니야는 '뜨거운 감자'다. 두 지역은 쿠르드족 자치지역에 속해 있다. 쿠르드족은 미군과 협력 관계에 있다. 테러가 거의 매일 계속되는 수니파 삼각지대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상대적으로 비교적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쿠르드족의 숙원은 독립국가 건설이다. 이라크 내 다수인 시아파와 터키.이란 등은 이들의 움직임에 극도로 민감하다. 이란.터키는 자국 내 쿠르드족의 봉기를 우려한다. 시아파는 소수민족이 북부 유전지대를 차지하는 데 절대 반대다.

한국군 파병이 완료되는 오는 6월 말이면 미 군정이 이라크인에 주권을 넘기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쿠르드족의 제몫 찾기 움직임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그러나 쿠르드족이 수면 아래에 있던 분리 독립 요구를 공식화한다면 우리 군과 정부로선 난감해질 수 있다. 불안한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자이툰 부대의 원칙은 정치적 중립과 내정 불간섭"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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