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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사이클론 생존자 군정부가 오지로 내몰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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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집도 사원도 무너졌습니다. 거목들은 뿌리째 뽑혔고요. 그 많던 사람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어요.”

초대형 사이클론 ‘나르기스’가 미얀마를 강타한 지 한 달여. 그간 최소한 13만4000명이 죽거나 실종됐다. 이달 초 가장 피해가 심했던 이라와디 삼각주를 찾아 구호활동을 벌였던 딘 허시(61·사진) 월드비전 인터내셔널 총재는 “2004년 아시아를 덮쳤던 쓰나미만큼 끔찍한 재해”라고 전했다. 허시 총재를 13일 e-메일로 인터뷰했다.

-현지 상황은.

“건물이나 재산 손실은 말할 것 없고 인명 피해가 상상할 수 없이 컸다. 한 소년이 구호물자를 받으러 왔기에 ‘다른 식구들은 어딨니?’라고 물었더니 ‘아무도 없다’고 했다. 모두 숨지고 혼자 살아남은 것이다. 월드비전이 운영 중인 ‘아동쉼터’에 갔을 때는 130여 명의 아이를 만났다. 그들은 10시간 이상 강풍이 부는 동안 나무를 꼭 붙잡고 버텨 목숨을 구했다는 놀라운 얘기를 들려줬다. 안타깝게도 그 애들처럼 운이 좋은 경우는 많지 않다.”(월드비전은 삼각주 일대에 44개의 아동쉼터를 운영하며 7000명의 아이를 보호하고 있다.)

-미얀마 군정이 외국의 구호물자와 인력을 받기는 하지만 소극적이라 어려움이 많을 텐데.

“월드비전 등 구호단체들은 보갈·피아폰 등 군정이 정해 준 장소에 머물며 구호활동을 펴고 있다. 길이 끊어져 차량이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 대부분이라 보트와 바지선을 타고 다니며 구호물품을 전달한다. 그러나 삼각주 지역이 매우 넓기 때문에 구호단체들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많다.”

-군정이 피해 상황을 축소하기 위해 생존자들을 오지로 내몬다는 게 사실인가.

“그렇다. 과거 이재민 캠프가 있던 두 곳을 방문했는데 텅 비어 있었다. 유엔과 군정을 찾아가 주민들을 옮기더라도 제발 우리가 따라가 구호물자를 전할 수 있게만 해 달라고 요청했다.”

-군정을 믿지 못하는 미얀마 국민 중에 스스로 구호활동을 펴다 체포된 경우도 있다는데.

“그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주민들을 돕는 몇몇 기업인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은 사재를 털어 보트를 빌린 뒤 구호품을 전달하고 있었다.”

-유엔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이재민의 절반가량인 100만여 명이 음식과 식수 부족을 겪고 있다. 어떤 지원이 가장 시급한가.

“비바람을 막을 쉼터를 짓기 위한 방수포와 비닐이 모자란다. 정수장치도 많이 필요하다. 몬순 시즌이라 비가 자주 오기 때문에 정수장치로 걸러 내면 마실 물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 방콕 인근에는 매일 막대한 양의 구호물자가 들어와 쌓인다. 그러나 이 물자를 삼각주로 실어 나르기 위한 트럭과 바지선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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