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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나오는 10만원대도 … 문제는 ‘지도’

중앙선데이

입력

중앙SUNDAY

운전 경력 4년째인 김상진(32)씨는 요즘 내비게이션을 구입할지 망설이고 있다. 40만~50만원에 이르는 제품 값이 만만치 않아서다. 그래도 김씨는 지방 출장을 자주 다니는 데다 여름 휴가도 곧 갈 예정이어서 구매목록 1순위에 내비게이션을 올려 놓고 있다. 김씨 같은 소비자에게 반가운 소식이 있다. 최근 10만~20만원대 실속형 제품이 잇따라 나오고 있어서다. 주로 후발업체들이 ‘국민형 내비게이션’을 표방하며 내놓은 제품들이다.
 
보급형 vs 고급형

TG삼보는 최근 ‘TG삼보 E1’을 내놓았다. 17.78㎝(7인치) LCD 모니터, 엠앤소프트의 디지털 지도 ‘지니맵’을 탑재한 이 제품의 가격은 20만9000원이다. 이에 앞서 미오테크놀로지는 ‘무브 301’을 19만9000원에 출시했다. 이 제품은 화면 크기가 10.66㎝(4.3인치)로 작은 편이지만 엠앤소프트의 ‘지니SF’ 지도를 쓰고 휴대용 멀티미디어 단말기(PMP) 기능도 내장돼 있다. 코스닥 상장회사인 유티엑스는 이르면 이달 말 TV를 볼 수 있는 7인치짜리 디지털멀티미디어이동방송(DMB) 내비게이션을 19만9000원에 내놓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 회사는 S&T대우의 ‘위맵프로’ 지도를 사용할 계획이다.

인터넷 쇼핑몰 다나와닷컴 최현준 팀장은 “지난해 보쉬가 ‘루카 5.2’를 9만9000원에 내놓자마자 판매순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며 “내비게이션 기능에 충실하면서 소비자 가격 부담을 줄인 제품이 잇따라 나옴에 따라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선발업체들은 고급 제품으로 차별화에 나섰다. 바뀐 주소 체계를 검색하는 ‘새주소’ 검색을 추가하는 등 길 안내 기능을 강화한 것은 물론 개인별 맞춤 서비스까지 선보이고 있다. 목적지까지 가는 길에 주유소·주차장·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어디에 있는지도 검색할 수 있다. 속도가 빨라진 것 역시 강점이다. 기존에 1~2분쯤 걸리던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수신 시간이 15~20초로 줄었다. 디지털지도 업체들은 “최근 제품들은 터널이나 고가도로 아래 등 ‘사각지역’에서도 수신 속도와 정확성이 높아졌다”고 자랑한다.

LCD 화면 밝기가 자동 조절되는 능동형 제품도 나와 있다. 센서를 달아 외부 밝기에 따라 화면이 최적 상태로 맞춰진다. 터널을 지나거나 갑자기 날씨가 어두워져도 운전 중에 내비게이션을 따로 조작할 필요가 없다. 이런 기능을 지닌 제품으로는 팅크웨어 ‘아이나비 G1+’ 엑스로드 ‘선샤인’ 레인콤 ‘아이리버 NV 라이프’ 등이 있다. 아울러 차량 주행속도가 올라갈수록 안내 음성이 커지는 볼륨 자동 조절 기능도 있다. 단순한 길동무에서 ‘안전 도우미’까지 자처하겠다는 것.

40만원대 이상 프리미엄급 제품은 대부분 길 안내를 받으면서 DMB나 TPEG(실시간 교통정보 제공 서비스) 등도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멀티 기능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다 대용량 동영상·음악 등을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는 PMP 기능도 강화됐다. 파인디지털 ‘파인드라이브 iQ’나 유경테크 ‘빌립 X5 AVANT’ 등은 내장형 배터리(선택사양)를 제공해 차량 밖에서도 사용하는 게 가능하다. 이런 제품은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내장해 기억 용량이 20GB 이상 된다. 파인디지털 측은 “운전할 때 내비게이션으로 쓸 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즐길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소개했다. 대신 이런 제품은 50만~60만원대로 값이 껑충 뛴다.

현대오토넷·SK네트웍스 등은 차량 대시보드 안에 내장하는 매립형 제품을 팔고 있다. 현대오토넷이 최근 내놓은 ‘이글SP’는 100만원이 넘는 고가지만 인기가 높다. 회사 측은 “자동차 전면 유리에 붙이는 외장형에 비해 안전성도 높지만 DMB 지원, 동영상·MP3 재생 등에서 기존 차량 오디오보다 성능이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어떻게 고를까

올해 들어 새로 나온 내비게이션만 줄잡아 100개가 넘는다. 제품이 워낙 다양하다 보니 제품을 고르는 게 쉽지 않다. 제품이 쏟아지면서 고객 불만도 커지고 있다. 주변에서 ‘내비게이션만 따라가다 보니 바닷가가 나오더라’거나 ‘지방에서 내비게이션 폭발 사고가 났다’는 얘기를 심심치 않게 듣게 된다.

내비게이션을 사려면 무엇보다 구입 목적부터 정해야 한다. DMB·PMP·MP3플레이어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제품을 장만하려면 예산을 50만원쯤은 잡아야 한다. 길 안내만 필요하다면 저가형 제품도 무난하다.

구입 목적을 정했다면 지도 소프트웨어를 골라야 한다. 단말기 사양이 아무리 뛰어나도 정교한 디지털지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내비게이션은 제 역할을 할 수 없다. 내비게이션은 디지털지도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차량의 현재 위치와 경유지·목적지를 안내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엠앤소프트가 내놓은 ‘맵피(고급형)’ 및 ‘지니(보급형)’와 팅크웨어의 ‘아이나비’ 등이 유명하다. 현대오토넷·엑스로드·코원 등은 엠앤소프트 제품을 탑재하고 있다. 이 밖에 ▶SK에너지의 ‘엔나비’ ▶파인디지털의 ‘아틀란’ ▶시터스의 ‘루센’ 등도 주요 지도업체로 꼽힌다. 업체마다 “점유율 60%대로 시장에서 검증받은 프로그램”(엠앤소프트), “3년간 100억원을 들여 제작한 실감 나는 3차원 지도”(팅크웨어), “월 1회씩 업그레이드해 도로 사정이 자주 바뀌는 한국 지형에 적합한 제품”(파인디지털)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좋은 지도를 고르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지도 용량을 확인하는 것이다. 대용량 지도는 상세한 지리 정보를 제공하는 게 가능해 검색 효율이 좋다. 과속 방지턱, 단속 카메라, 급커브 구간 등 각종 안전운전 정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주소·전화번호 데이터도 풍부하다. 대체로 1G급 이상 지도라면 전국의 모든 도로 정보와 고속도로 진·출입로 상세 지형도 등을 제공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주요 업체의 순수 지도 용량은 1.6~2.7GB 정도다. 그러나 지도 용량은 256~512MB에 불과한데 메모리카드만 1~2GB로 구성한 제품도 있으므로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얼마나 자주 지도 업그레이드를 지원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도로 사정이 자주 변하는 한국 상황을 감안하면 적어도 두 달에 한번은 지도를 업그레이드해줘야 한다.
애프터서비스(AS)가 원활한지도 확인해야 한다. 차량 내부에 다는 것이지만 내비게이션은 ‘거친 환경’에 노출돼 있어 고장이 잦다. 특히 차 안 온도가 90~100도까지 올라가는 한여름에는 고열에 취약할 수 있다. 내비게이션은 보통 70도까지 견디도록 설계돼 있어 하드디스크 등 내·외부 부품이 손상될 수 있다. 그런 만큼 AS와 사후 지원이 잘 되는 회사 제품을 골라야 안심하고 쓸 수 있다.

최근엔 단말기 업체가 난립하면서 부도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와 올 초엔 업계 유력 회사가 잇따라 쓰러지기도 했다. 한국소비자원 김준권 연구원은 “2001년 300여 건이던 내비게이션 소비자 고발 건수가 지난해 4706건으로 늘었는데 대개는 제품 하자와 관련된 것”이라며 “무엇보다 믿을 수 있는 회사 제품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품에 대한 기본지식을 갖춘 뒤에는 인터넷에서 원하는 제품의 사용후기를 찾아보거나 인터넷 동호회 등을 통해 도움을 구하는 것도 유익하다”고 조언했다.

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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