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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고라’로 힘 모은 다음 검색시장서 네이버에 도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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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호 28면

12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사옥에서 만난 석종훈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이사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1시간40분에 걸친 인터뷰를 끝낼 무렵 그는 기자에게 이런 질문을 조심스레 던졌다. “밖에서 보기에 우리가 다시 1등 할 가능성이 있나요?” 이어 그는 말했다. “1위 하던 기업이 2위로 밀려난 뒤 다시 1위 자리를 탈환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압니다. 그러나 만약 우리가 다시 과거의 영광을 되찾는다면 쓴물 단물 다 맛본 성숙한 1위 업체가 될 것으로 자신합니다.”

촛불 시위가 포털 판도 바꿀까

 이날 오후 NHN이 운영하는 국내 1위 포털 네이버의 홈페이지엔 ‘최근의 오해에 대해 네이버가 드리는 글’이 올라왔다. 시작은 이랬다. “최근 네이버에 대한 불확실한 오해가 확대 재생산되면서 우려를 표시하는 이용자님들이 늘고 있습니다. 더불어 네이버를 바라보는 시선도 따가워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 글에서 네이버는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연일 계속되는 촛불 시위로 인해 포털 시장을 대표하는 네이버와 다음의 표정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다음은 아고라(광장) 서비스에서 뭉쳐진 사이버 촛불이 서울 태평로 일대를 밝히는 실제 촛불로 타오르면서 기세가 등등해졌다. 방문자가 늘면서 검색시장 점유율도 18%대로 올라갔다. 반면, 네이버는 네티즌의 ‘친정부 보수 세력’이란 비난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과연 촛불이 포털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아직 예단하기 이르다고 지적한다.

촛불 덕 보는 다음
인터넷 조사업체인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달 다음의 성장세가 오랜만에 네이버를 앞섰다. 다음의 검색쿼리(검색 키워드 입력 횟수)와 검색 페이지뷰(검색 결과를 클릭해 열어본 횟수)는 지난해 5월에 비해 각각 29%, 21% 증가했다. 이 기간 네이버의 증가율은 각각 24%와 10%였다. 뉴스 부문에선 지난달 두 회사의 페이지뷰가 역전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4월 둘째 주만 해도 네이버 뉴스 페이지뷰는 6억9065만 건으로 다음을 7000여만 건 앞섰다. 그러나 5월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5월 마지막 주 다음의 뉴스 페이지뷰는 10억6650만 건으로 네이버를 3억 건 넘게 앞섰다.

 주식시장에서도 희비가 엇갈렸다. 촛불 시위가 처음 등장한 5월 2월 이후 다음 주가는 10.5% 오른 반면, NHN은 15.9% 떨어졌다. 물론 NHN의 주가 하락이 촛불 사태로 인해서만은 아니었다. 촛불 사태보다 오히려 NHN의 게임사업(한게임)이 사행성 논란에 휩싸이면서 정부 규제가 우려된 데 따른 측면이 컸다.<그래픽 참조>
 어찌 됐든 5월 이후 두 회사의 표정은 상반됐다.
 
아직 실적 차이는 커
이런 궁금증이 남는다. 촛불 집회의 원천인 다음의 아고라 서비스가 돈으로 연결돼 네이버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전문가들의 진단은 대체로 “다음이 아고라로 인해 도약의 기회를 맞은 것은 분명하지만 실적 개선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아직 판단하기는 때 이르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비록 다음이 촛불 정국의 여론을 주도하지만 실적 면에선 네이버와 한게임을 갖고 있는 NHN에 견주기엔 역부족인 게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해 NHN은 9202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다음의 4배가 훨씬 넘는다.<표 참조>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에선 두 회사의 격차가 더 커진다. 영업이익률도 NHN이 42%로 다음(24%)의 2배 가까이 된다.

 하지만 웹사이트를 찾는 방문자 수만 놓고 보면 두 회사의 차이는 미미한 편이다. 5월 한 달간 네이버의 방문자 수는 3110만 명이었으며 다음이 2953만 명이었다. 차이가 기껏 157만 명에 불과하다.

 이처럼 고객 수는 엇비슷하지만 실적에서 큰 차이가 나는 것은 검색 때문이다. 검색시장 점유율을 보면 두 회사의 격차가 두드러진다.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달 NHN의 검색시장 점유율은 73.5%로 다음(18.3%)을 크게 앞섰다. 촛불 시위 여파 등에 따른 NHN의 점유율 하락분(4월 대비 0.7%포인트)을 다음이 고스란히 가져왔지만 격차는 아직 너무 크다. NHN이 지난해 온라인 검색광고 시장에서 4873억원의 매출을 올릴 때 다음의 검색광고 매출은 1489억원에 불과했다. 또 올 1분기 NHN의 검색광고 매출은 1039억원으로 299억원에 그친 다음을 압도했다. 검색광고와 함께 NHN은 게임시장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작년 NHN은 게임에서만 242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온라인 게임회사 엔씨소프트보다 많은 것이다. 다음은 게임 부문 매출이 전무한 실정이다. 더구나 NHN의 자회사인 NHN게임스는 지난 10일 게임업체 웹젠의 지분 10.52%를 확보해 최대 주주가 됐다. 온라인 게임시장에서 NHN의 영향력이 더 확대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 석 대표는 “게임 사업이 다음의 기존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게임 업체 인수를 검토해 볼 만하다”면서도 “인수할 만한 업체가 없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아고라 열풍의 효과는
삼성증권 박재석 애널리스트는 “아고라 열풍이 다음의 실적 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며 “이는 아고라 열풍이 상업성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치·사회적인 이슈와 관련된 검색어보다 ‘꽃 배달’ ‘치과 병원’ 같은 검색어가 회사 실적에 훨씬 더 기여하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검색 부문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NHN이 실적 측면에서 다음을 압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검색에서 NHN과 다음의 희비가 엇갈린 것은 두 회사의 출발이 다른 데서 비롯됐다. NHN은 애초부터 검색 중심 업체를 지향한 반면, 다음은 e-메일 서비스와 카페 서비스에서 싹을 틔웠다. 결국 검색 기술력에서 NHN이 시종 우위를 차지했고 온라인 검색광고 시장이 성장하면서 네이버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원윤식 NHN 홍보팀장은 “검색은 아직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수 있는 부문”이라며 “경쟁사들이 검색 기능 강화에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NHN게임스가 웹젠의 지분을 인수한 것은 NHN의 게임 사업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결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온라인광고 시장의 주수익원인 검색광고 시장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올해 초 회사 조직을 검색 중심으로 개편했다. 또 지난해 4월 자체 기술로 개발한 검색 엔진을 올 2월 카페 검색에 적용했다. 하반기에는 뉴스와 블로그 등 모든 부문에 신형 엔진을 장착할 계획이다. 다음 관계자는 “네이버와 검색시장에서 전면 승부를 선언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CJ투자증권 심준보 애널리스트는 “카페 검색 강화로 다음은 데이터베이스(DB) 수를 8000만 개에서 4억 개로 확대했다”며 “이는 네이버 지식인의 DB 1억 개를 양적인 측면에서 크게 압도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심 애널리스트도 “다음의 검색시장 점유율이 네이버에 크게 뒤져 새로운 추세를 형성했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아고라가 다음의 위상을 의미 있는 2위로 격상시켰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했다. 대우증권 김창권 애널리스트는 “다음이 최근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네이버와 차별화되는 서비스를 성공시켰다”고 평가했다.

 인터넷 비평가인 한정택씨는 “사이버 세계가 카페와 지식검색, 블로그 등을 통해 진화해 왔다”며 “그러나 블로그의 등장 이후 의미 있는 새로운 무기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차세대 인터넷 무기로 인터넷TV(IPTV)를 꼽았다. 한씨는 “다음이 NHN에 비해 IPTV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며 “IPTV가 위력을 발휘한다면 다음의 위상은 크게 올라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음이 셋톱박스 업체인 셀런과 합작해 직접 IPTV 시장에 뛰어든 반면, NHN은 KT의 IPTV사업에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석 대표는 “IPTV의 본질은 무제한 채널이 제공되는 ‘퍼스널(개인) TV’로 자체 통신망 보유 유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다음만의 특화된 콘텐트와 양방향 서비스 노하우를 활용해 IPTV의 새로운 지평을 열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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