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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정글스토리" 록 가수의 인생 그린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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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국내 처음으로 본격 록 뮤직 영화가 선보인다.이달말 촬영에 들어가 내년 4월 개봉 예정인 김홍준감독의 『정글 스토리』가 그것. 지금까지 국산 음악영화는 인기가수의 유명세를 앞세워 개인의 성공담을 줄거리로 엮은 신파극조가 대부분이었다.주연배우만가수지 주제나 영화형식이 음악적이라 할만한 작품이 전무했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정글 스토리』는 시나리오 집필부터 연기까지 1급 음악전문인들이 대거 참여한데다 록의 한국적 상황이라는 음악관련 주제를 내세우고 있어 본격적인 음악영화 출현에 대한 기대를 낳고 있다.
시나리오는 현재 가장 각광받고 있는 대중음악 평론가 강헌,음악은 노래.연주는 물론 작사.작곡.편곡까지 거뜬히 해내는 전천후 록가수 신해철이 맡았다.그리고 현재 빠르게 부상하고 있는 신세대 록가수 윤도현과 2세대 한국 록을 이끌었던 산울림의 김창완이 직접 연기하게 된다.윤도현은 올초 데뷔앨범 『타잔』을 낸 후 두차례의 공연을 통해 가창력을 인정받은 인물.김민기의 환경노래극 『개똥이』의 주연을 맡아 연기에도 가능성을 보였다.
이밖에 조용원의 특별출연도 관심거리다.일본에 유학갔다 4년만에 출연하는 이 영화에서 조용원은 대중음악의 소극적 수용자인 약사역을 맡았다.『그 동안 영화는 공백이었지만 삶에서 큰 변화의 계기를 가졌다』는 그가 얼마나 성숙한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정글 스토리』의 표면적 스토리는 록영화의 고전적인 서사를 따른다.도현이 무작정 상경해 낙원상가의 점원으로 일하면서록가수로 성공하기까지를 그린다.그러나 이 과정에서 한국에서 록이 어떤 문화적 의미를 갖는가에 연출의 초점을 맞춘 점이 기존음악영화들과의 차이다.
제목의 「정글」은 문화적 가치기준이 정립되지 않은 채 상업성이 판치는 한국 대중음악계의 현실을 상징한다.여기에 저항정신을가진 젊은 타잔 도현이 나타나 현실비판의 외롭고 힘든 투쟁을 한다는 얘기다.
영화는 이 과정을 낙원.언더그라운드.정글.고향.황야.라이브등모두 여섯개 장으로 나누어 구성한다.이 6부의 타이틀은 록의 특성을 상징하는 공간들이며 이 영화의 주제를 함축하는 낱말들이다. 김감독은 『음악영화라기보다 록가수의 삶을 다룬 드라마』라며 『특정한 현실비판의 메시지보다 한국에서 록가수의 삶을 진실하게 그리는데 주력하겠다』고 연출 방향을 설명.
시나리오를 쓴 강헌과 김감독은 평소 대중음악에 대한 한국사회의 편견에 대해 강도높게 비판해온 인물들이다.이번 영화에서 이들이 한국의 록 음악을 어떻게 자리매김할지 관심거리다.
남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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