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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북한 수해 국제적십자 구호단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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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북한 수해피해 구호활동차 지난 10월10일부터 2개월간 북한에 체류했던 국제적십자사 피에로 칼비 파리세티(35.이탈리아)구호단장을 19일 오후 베이징(北京)허핑(和平)호텔에서 만나 북한의 실상을 들어봤다.
-어느 지역을 돌아봤나.
『거의 모든 수해 지역을 가봤다고 할 수 있다.북쪽으로는 신의주(평북).희천(자강도)에서부터 남쪽으로는 은파.연산(황해북도)등에 이르기까지 북동.북서지역과 평양 이남지역을 주로 돌아봤다.』 -주민들이 겪는 고통이 어떤 것인가.
『내가 직접 만나본 사람들에 대해서만 얘기할 수 있다.분명한것은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는 것이다.우선 집과 곡식창고가 유실됐고 일부 지역은 사토가 1나 쌓이는등 추수량도 대폭 줄어 들었다.수재민들은 향후 수개월간 식량확보를 매우 우려하고 있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 달라.
『가장 심각한 것은 식량부족이다.과거 아프리카등지에서 식량부족 사태가 발생했을 땐 영양실조가 이미 광범위하게 만연하자 비로소 국제적십자사가 구호를 시작했지만 북한은 아직 그런 상황이아니다.아동들의 체중을 달아본 결과 세계보건기구 (WHO)기준에는 미달하지만 영양실조는 아니다.』 -일부 단체에서는 노약자.임산부.아동들에서 이미 영양실조 증상이 나타났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런 보고를 한적이 없다.시간적으로도 영양실조 상태를 조사할 겨를이 없었다.의학박사인 내가 만난 사람중 그런 사람은 없었다.하지만 식량부족 사태가 발생하면 노약자와 임산부.
아동들이 가장 먼저 영양실조에 걸리는 것은 당연■ 이치다.』 -수재민들이 하루에 몇끼나 먹고 있었나.
『내가 만난 농민들은 식량배급이 절반으로 줄어 들었다고 했고내년 추수 때까지 식량을 매우 걱정하고 있었다.』 -국제적 지원이 없으면 기아로 이어질 것으로 보나.
『그럴 가능성이 있다.』 -주민에게 얼마만큼의 식량이 배급되고 있나.
『수해 이후 배급량이 과거에 비해 절반으로 줄어 들었다.특히연초 1년치 식량을 배급받은 농민들은 홍수로 날려버려 국제적십자사의 구호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에겐 하루 450의 식량을 국제적십자사가 지원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지원하는 13만명의 한달분 식량이 1,750이라는얘기다.』 -일부 지역은 수해 이전에도 2개월 동안 식량배급이중단됐다고 하는데.
『94년 태풍.한해등 자연재해로 인해 수확량이 대폭 감소,식량배급 역시 줄어 들었다.설상가상으로 금년 여름 수해가 겹쳐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든 것이다.』 -수해가 북한 식량난을 어느 정도 악화시켰다고 보는가.
『북한당국은 경작지의 40%가 피해를 보았으며 수확량의 3분의 1 이상이 손실됐다고 말했다.』 -연료부족도 심각한가.
『산에 나무가 없어 땔감도 구하기힘든 상황으로 수재민들은 2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느 지역의 피해가 가장 심했나. 『어느 지역이라고 딱 잘라 말할수 없다.피해정도가 모두 비슷했다.』 -수해민들이 현 상황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었나. 『매우 용기있게 대처하고 있다고 느꼈다.부부가 합심해 부서진 집을 수리하거나 흙.벽돌로 집을 새로 짓는등 상호 협력해 난관을 극복하고 있었다.』 -북한 수해피해가 사실보다 과장됐다는 지적도 있는데.
『진위여부를 가릴 위치에 있지 않다.북한의 피해발표를 현실적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향후 국제적십자사의 구호활동도 이 숫자를 토대로 계획되고 집행될 것이다.』 -평양은 어떠했는가.
『평양은 수해 피해를 전혀 보지 않았다.』 -다른 대도시 상황은 어떠했나.
『수해를 본 신의주.개성.희천등지를 둘러 봤고 물품 수령을 위해 남포와 원산을 방문했다.희천은 비교적 피해가 컸다.도심지역 건물들은 홍수가 났을때 물이 찼던 자국이 2 높이로 남아 있었다.도심을 벗어나자 건물들이 모두 사라지고 홍 수에 떼밀려온 모래들이 마치 사막처럼 보였다.정말 참혹했다.』 -수재민들은 어디에 머무르고 있었나.
『50만 수재민중 절반은 새로 지은 집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보인다.나머지는 수해를 보지 않은 집에 배치돼 2가구가 한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그러나 가옥 복구작업이 쉬운 상황은 아니다.유리등 건자재가 부족하기 때문에 추운 겨울을 나기가 쉽지 않다.』 -도로.교량등 인프라 피해도 있었나.
『물론이다.다리가 끊겨 차량이 다닐수 없는 지역은 어디가나 볼수 있다.평양에서 남쪽으로 80㎞ 떨어진 연산에 있는 저수용량 1,200만입방의 대형 댐도 붕괴돼 사라져 버렸다.』 -북한이 극한상황 타개책으로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휴전선 근처의마을을 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방문했지만 역시 마찬가지였다.』베이징=문일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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