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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공사 카지노 전방위 로비 포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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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국관광공사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 ‘세븐럭’을 둘러싼 전방위 로비 정황이 검찰에 포착했다. 2005년 10월 대우정보시스템이 카지노 보안시스템 납품업체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유명 역술인과 문화관광부·청와대 공무원을 동원한 금품 로비가 있었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13일 이모(46) 전 프리컴시스템 대표와 홍모(43) 대우정보시스템 전 영업부장을 구속했다. 이들은 한국관광공사 자회사 그랜드코리아레저(GKL) 임원들을 상대로 억대의 금품로비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차모(57) 전 이사에게 1억원을 전달하려고 시도했다. 차 전 이사는 카지노게임 전문가로 SBS 드라마 ‘올인’의 실제 모델이 된 인물이다. 그는 당시 200여억원대 보안시스템 도입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대우정보시스템 측 로비스트로 활동한 이씨가 당시 “(박정삼) 카지노 사장은 국정원 2차장 출신으로 대학 동문인 무속인을 통해 로비했다”고 말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이씨는 “문화관광부 출신 김모 전무에게는 문화부 출신 공무원, 청와대 출신인 양모 감사는 청와대 근무하던 사람을 통해 로비를 다 해놓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는 것이다.

무속인 K씨는 대기업 계열사 사장 출신으로 카지노 납품비리를 통해 만든 비자금을 관리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정치권에 발이 넓은 K씨가 당시 여권 실세 정치인들을 상대로 금품로비를 벌였는지를 집중적으로 캐고 있다. GKL 양모 전 감사도 청와대 인사수석실 행정관 출신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로비 대상인 차 전 이사와 접촉하기 위해 절친한 친구인 재미교포 안모씨를 여비까지 지급하며 귀국시켰다고 한다. 당시 차 전 이사의 경우 보안시스템사업 예산(280억원)이 적정가인 150억원에 비해 과도하게 책정됐다고 주장했다. 납품업체는 차 전 이사에게 “그냥 침묵해 달라”며 로비를 시도했다. 하지만 차 전 이사는 친구 안씨를 통해 건넨 수표 1억원을 거절했다고 한다.

차 전 이사는 “카지노 임원들이 보안시스템 납품 과정뿐 아니라 카지노 전산시스템 업체 선정, 카지노 매출 누락 등의 방법으로 수백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해 정치권과 청와대를 상대로 금품을 제공한 의혹이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로부터 추가 금품 로비 정황을 확인한 이상 박정삼 전 사장을 포함한 GKL 임원들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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