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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한국문화재의 세계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유네스코가 지난 15일 정식으로 석굴암.팔만대장경.종묘를 「세계문화.자연유산 리스트」에 등재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듣고특별한 감회를 느낀다.
필자는 지난 92년 2월 주유네스코 대사로 부임한 후「세계문화.자연유산 리스트」에 세계 유수문화재 411개가 등재돼 있는데,한국문화재가 하나도 등재돼 있지 않은 사실을 발견했다.프랑스의 베르사유궁전,이탈리아의 로마,중국의 만리장성 ,미국의 자유의 여신상,스페인의 토레도,이집트의 피라미드등 세계적으로 이미 잘 알려진 문화재 뿐만 아니라 전문가들만 아는 문화재도 이리스트에 포함돼 있었다.
72년 체결된 「세계문화.자연유산보호에 관한 조약」에 가입한국가가 자국의 문화재를 「세계문화.자연유산 리스트」에 등재할 것을 요청하면 유네스코는 세계유산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등재여부를 결정하게 돼 있다.이 조약에는 94년 현재 한국을 포함해 137개국이 가입해 있다.필자는 정부 당국에 우리 문화재중 세계에 자랑할만한 것이 있으면 즉시 유네스코에 등재신청할 것을 건의했다.그러니까 그 건의후 등재가 결정되기까지 3년반이 걸린셈이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문화재는 인류 공동의 문화유산으로 인정되며,유네스코는 기술.재정지원 등을 통해 이를 보호해준다.문화재 보호사업은 유네스코사업중 가장 성공적인 사업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문화.자연유산보호사업은 어떤 민족 혹 은 국가가 창출한 문화재는 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전인류의 공동소유라는 기본정신에 입각하고 있다.이것은 가장 민족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사상과도 일맥상통한다.우리가 프랑스의 샤르트르 성당을 볼 때 이것이 프랑스인만이 음미할 수 있는 미(美)라고 생각하지 않듯이 프랑스인이 석굴암을 볼 때 한국인만이 음미할 수 있는 미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세계문화.자연유산 리스트」에 등재되면 문화재의 보존을 위한기술적.재정적 지원외에 다음과 같은 혜택이 따르게 된다.
첫째,한국의 문화가 전세계에 자랑할만한 자격이 있다는 인식을세계 모든 사람에게 심어준다.한국의 석굴암.팔만대장경.종묘가 이집트의 아브 심발.인도의 타지마할.영국의 웨스트민스터 사원등과 같은 세계 문화유산과 문화적.미학적 가치에 있어 동렬에 서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둘째,한국의 문화재가 전세계에 소개됨으로써 이들을 보기 위해많은 관광객과 연구가가 한국을 찾아오게 된다.「세계문화.자연유산 리스트」에 등재되기 전엔 다른 나라에 알려지지 않았던 문화재나 자연경치가 리스트에 등재된 후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경우가 많다.
셋째,한국의 세계화 정책에 부합한다.우리는 정치.외교.경제.
사회분야에서의 세계화도 필요하나 문화분야에서의 세계화도 필요하다.문화적 세계화란 한국이 세계 각국의 문화를 수용하되 한국의문화도 전세계에 전파시키는 것을 말한다.다시 말 하면 문화적 세계화란 어느 한 문화가 다른 문화를 흡수 통일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서로 다른 문화가 상호 융합해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이와같은 변증법적 발전과정을 거쳐 인류 공동의 세계문화가 창출되는 것이다.세 계문화유산제도는 바로 문화적 세계화를 달성하는 수단인 것이다.
한국문화재가 세계문화.자연유산으로 선정된 것을 우리가 자축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한국 문화재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자연유산 리스트」에의 등재를 계기로 문화재 보호정책을 강화해야 하겠다.보존에는 전문적 지식과 기술이 필요하다.따라서 전문가양성에 보다 적극적이어야 한다.또 문화재의 대외홍보에도 더욱 노력해 야겠다.자기가 가지고 있는 보물을 남에게 알리지 않으면 누가 그 가치를 알 수 있겠는가.외국에 흩어져 있는 문화재 반환도 중요하나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 문화재의 보호는 더욱 절실하다.
(외교안보연구원 연구위원) 朴尙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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