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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비타민] 남편이 ‘딴 주머니’ 찼을지라도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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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993년 결혼한 A씨(여)와 B씨는 맞벌이 부부였다. 부부는 결혼한 지 1년 뒤부터 소득을 각자 관리했다. 서로에게 자산 관리 내역을 얘기하지 않았다. 은행원이었던 A씨는 부부 공동 생활비와 자녀 양육비·교육비를 책임졌다. A씨는 자녀 세 명을 모두 학비가 많이 드는 사립학교에 보냈다. 과외와 학원, 학습지 교육도 시켰다.

남편 B씨는 생활비와 양육비를 거의 내지 않았다. 대신 아파트 구입 등 주택 자산 증식에 소득을 썼다. B씨는 결혼 전 구입한 신혼집의 대출금 이자를 갚았다. 이후 다시 대출을 받아 2억5000만원 상당의 아파트를 구입했다. 주택과 차량은 모두 B씨의 명의로 구입했다. A씨 명의의 재산은 없었다. 그러다 A씨는 남편 B씨에게 재산 공개를 요구했다. 이는 부부 간 다툼으로 발전했다. 결국 A씨는 2006년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을 냈다. 남편이 소득과 자산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생활비와 양육비를 주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3부(부장판사 김익현)는 13일 “이혼 사유가 되지 않는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남편이 악의적으로 아내의 생활비 부담을 외면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로 “남편은 생활비 대신 가족의 주거 문제를 책임졌고 두 사람 모두 서로에게 소득과 자산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부부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남편 B씨에게 부양료와 자녀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다”며 “이혼만이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다”고 밝혔다.

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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