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조직 신뢰도 25곳 중 13곳 추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영향력 평균 5.4점, 신뢰도 평균 4.7점으로 영향력 대비 신뢰도가 낮았던 추세는 올해도 지속됐다. 이번 조사결과의 특징 중 하나는 지난해에 비해 신뢰도가 낮아진 파워조직이 무려 13개에 달했다는 점이다. 2007년의 경우 2006년과 비교해 신뢰도 하락 조직이 6개에 불과했는데 올해엔 지난해의 두 배가 넘었다. 이처럼 절반 이상의 파워조직 신뢰도가 낮아졌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요소인 제도 신뢰성(institutional confidence)이 급격히 줄었다는 방증이다. 제도 신뢰성이 심각하게 낮아질 경우 대의 민주주의가 약화되고 국민들이 직접 정치에 관여하는 경향이 높아진다. 쇠고기 수입협상 과정에 대한 불만으로 시작된 촛불집회가 ‘불복종’ 성격으로 변한 것도 따지고 보면 이 때문으로 보인다.

신뢰도가 두드러지게 낮아진 기관은 뉴라이트(-0.97), 삼성(-0.75), 한나라당(-0.37), 검찰(-0.24), 국세청(-0.2) 순이었다. 특히 뉴라이트의 경우엔 영향력도 함께 낮아졌다(-0.12). 뉴라이트는 노무현 정부 때 진보에 대한 비판세력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았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이란 새로운 환경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검찰과 국세청은 지난해에 비해 영향력은 높아졌지만 신뢰도는 감소했다.

주요 대기업은 물론 헌법재판소·대법원으로 구성된 사법부의 영향력과 신뢰도가 높은 것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기본 환경이 안정적이란 의미다. 이에 비해 전통적 권력기관과 정당에 대한 신뢰도가 5점 이하로 나타난 것은 국민 의사 반영과 국가 운영에 대해 불만이 있다는 표시로 볼 수 있다. 시민단체나 이익집단의 영향력과 신뢰도도 전반적으로 낮아졌는데, 국가권력에 비해 시민사회의 역할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인식 때문으로 보인다.

2005년 이후 네 번째 실시된 이번 조사는 취임 초기부터 나타난 민심 이반 현상을 타개하고 국정을 추슬러야 하는 이명박 정부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특히 보수 일변도의 현 정부를 견제하려는 국민여론이 적지 않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보수의 확산은 지난 대선과 총선 때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 승리의 주요 요인이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선 보수단체에 대한 신뢰도가 지난해에 비해 낮아진 반면 진보집단의 신뢰도는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이를 견제하고 비판하는 입장이 된 진보집단 신뢰도가 높아졌다는 것은 정치적 균형을 기대하는 여론이 그만큼 늘어났음을 의미한다.

이현우 서강대 교수
신창운 여론조사전문기자


어떻게 조사했나

이번 조사는 3일에 걸쳐 전화로 실시했다. 지난달 28일 전국의 만 19세 이상 남녀 584명, 29일 607명, 6월 2일 635명을 대상으로 33개 조직을 11개씩 나눠 영향력과 신뢰도를 각각 평가토록 했다. 표본은 성·연령·지역별 인구비례에 따른 할당추출법으로 선정했고, 최대 허용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9~4.1%포인트다(응답률 14.3%).

▶관련 여론조사 게시판 보러가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