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어린이책] 덩치 작을 땐 놀림감되고 너무 커지니 왕따당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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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토끼 뻥튀기
정해왕 지음, 한선현 그림, 길벗어린이
33쪽, 8500원, 유아~초등 저학년

덩치가 작아 놀림 받던 토끼. 어느 날 뻥튀기 기계를 보다가 기발한 생각을 하게 된다. “옳거니, 저 안에 들어가 보는 거야. 그러면 나도 커다래져서 나오겠지?”

껑충 뛰어 기계 안으로 쏙 들어간 토끼. 빙글빙글 팔짝팔짝, 마법의 변신 단계를 거쳐 ‘뻥!’ 소리와 함께 여우보다, 노루보다, 멧돼지보다도 훨씬 큰 토끼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우하하하, 나도 이제 덩치가 커졌다. 날 깔보고 괴롭히던 녀석들, 어디 두고 보자.” 토끼는 과연 친구들과 행복하게 살았을까.

숲 속 세계처럼 아이들 세상에서도 덩치가 크고 힘이 센 친구가 힘 약한 친구들을 괴롭히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친구들과 관계를 맺으며 단체 생활을 알아갈 무렵에 생기는 이런 일은 부모에게도 매우 속상하는 일이다. 이 책은 자신을 무시하고 괴롭혔던 친구들보다 더 컸으면, 보다 힘이 셌으면 하는 아이들의 마음에 눈높이를 맞췄다. 덩치가 작고 힘이 약해 다른 친구들에게 무시당한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달래준다.

다른 동물들보다 훨씬 커진 토끼는 이제 무서울 것이 없다. 자기를 무시했던 노루에게 꿀밤을 먹이고 멧돼지를 배치기로 튕겨 버린다. 여우를 찾아가 신나게 골려 주기도 한다. 그러나 의기양양도 잠시. 바라던 대로 힘이 세졌지만 마냥 행복하진 않다. 괴물처럼 커진 토끼가 숲 속을 휘젓고 다닐수록 다른 동물들은 점점 그를 피하는 것이다. “아니 토끼가 어쩌다 저렇게 커졌을까?” “털도 시커멓게 그을렸잖아. 너무 무섭게 생겼어.”

차츰 심심하고 쓸쓸해지던 어느 날, 토끼는 총을 든 사냥꾼을 쫓아내 친구들을 지켜준다. “만세! 거인 토끼 만세” 친구들은 토끼가 착하고 용감한지 알게 되고, 거인 토끼 역시 다른 친구들을 무시하거나 괴롭히지 않는다. 무시당하고, 무시했던 토끼가 얻은 행복한 깨달음은 서로 어울려 돕고 살아가는 것이 가장 옳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에게 익숙하고 친근한 그림 재료인 크레파스를 사용한 드로잉이 힘 있고 경쾌하다. 놀림을 받고 숲을 떠났다가 거인 토끼가 되어 다시 숲으로 돌아오고, 한껏 신이 났다가 다시 외톨이가 되는 등 상황에 따라 감정이 달라지는 토끼의 모습을 생생하게 표현했다. 그림에 적절하게 섞인 색연필과 수채 물감은 특유의 밝고 경쾌한 느낌을 묻어나게 한다.

지금도 깊은 숲 속 어딘가에 거인 토끼가 살고 있을까? 혹시 숲에서 마주치더라도 놀라서 소리지를 필요는 없다. 거인 토끼는 이제 키 작은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있을 테니까. 아이들에게 뻥튀기 기계에 사람이 직접 들어가거나 동물을 집어넣으면 큰일난다는 점은 잊지 말고 챙겨주자.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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