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고양이로소이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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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호 13면

뮤지컬 ‘캣츠’
8월 31일(일)까지 샤롯데씨어터
평일 오후 8시, 토 오후 3시·8시, 일·공휴일 오후 2시·7시 문의 02-501-7888

둥글고, 날렵하고, 매끈하며, 쿨한 그들의 재롱잔치를 보다 내린 결론 - 그래, 고양이여야 했다. ‘캣츠’라는 제목 그대로, 그저 고양이면 족하다. 180도 다리를 찢는 유연함과 리드미컬한 골반 돌리기는 기본이다. 서커스가 아닌데도 공중그네를 타고 드높은 무대장치에서 풀썩 뛰어내리며 두 배우가 몸을 말아 무대를 연신 구른다.

배우들은 고양이 분장 그대로 객석을 어슬렁거리다 관객의 모자를 가로채 써보기도 한다. 슬쩍 꼬리를 잡아볼라치면, 새침한 도시 여자처럼 몸을 빼내 달아난다. 아이들은 현란한 재주에 즐거워하고, 어른들은 미끈한 몸매에서 눈을 떼질 못한다. 2003년 이후 네 번째 앙코르 무대이건만 가시지 않는 인기, 역시 고양이 파워다.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T S 엘리엇의 시집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에 곡을 붙인 ‘캣츠’는 설명이 필요 없는 뮤지컬의 고전이다. 여기서 “설명이 필요 없는”은 관용어구적 표현일 뿐 아니라 실제 의미도 그렇다. 딱히 설명할 거리가 없는 극이라서다. 1년에 한 번 열리는 젤리클 고양이들의 축제에서 참석묘(猫)들이 노래하고 춤추고 연기하는 게 전부다.

대사가 아닌 음악과 노래로 극이 진행되는 ‘송스루(song-through)’ 뮤지컬에 충실하게, 고양이들은 구구절절 설명하는 대신 콘서트 같은 분위기로 끌고 간다. 마법사 미스토펠리스의 마술 쇼는 대놓고 객석의 박수를 유도하기도 한다. 하나하나 개성 있는 삶을 상징하는 고양이들은 더 이상 은유할 여지가 없어 “고양이의 모습이 바로 우리의 모습”이라는 노랫말이 되레 진부하게 여겨질 정도다.

이번 내한공연은 9월에 막 오르는 한국어 초연의 ‘붐업’ 성격이 짙다. 세계 15번째로 자국어 공연을 하게 되는 한국판 ‘캣츠’는 이미 주요 캐스팅을 완료하고 담금질 중이다. 그 예고편인지 늙은 암고양이 그리자벨라의 대표곡 ‘메모리’를 일부 가사만 한글로 바꿔 부르는 대목도 있다. 한국 공연에선 그리자벨라 역에 ‘시카고’의 옥주현이 낙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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