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財界 세대교체 가속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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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일본의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18일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 비자금 사건을 계기로 변화를 꾀하는 한국의 재벌에 관한특집기사를 서울특파원발로 실었다.다음은 그 요약이다.
盧.全 전대통령 비자금사건을 계기로 한국재계에는 세대교체 무드가 급속히 일고 있다.이달 들어 재벌들은 임원급만도 수백명에이르는 창업이래 최대인사를 단행했다.정권과의 유착이라는 부정적유산(遺産)이 국민의 비판을 받은 탓에 기업들 은 「과거와 결별」하려고 애쓰고 있다.이런 분위기속에서 절대권력을 갖고 있던재벌오너의 위상에도 조금씩 변화가 시도되고 있다.
이번 인사는 창업이래 최대의 승진인사였다.40대 사장,30대임원외에 여성.외국인 임원도 탄생하는 등 세대교체가 전면에 부각됐다. 상처받은 재벌의 이미지를 쇄신하고자 국민과 정부에 호소하려는 목적도 엿보인다.세대교체의 흐름은 「총수」라고 불리는오너회장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다.금년 들어서만도 LG와 쌍용이 3세회장 체제로 바뀌었다.60년대에 창업한 대우의 김우중(金宇中)회장 등 창업자가 회장자리에 머물러 있는 재벌은 소수파가 되고 말았다.
2세이후 회장들은 다수가 미국.일본 유학경험이 있다.그러나 창업세대는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상재(商才)하나로 일어선 정주영(鄭周永)현대명예회장으로 대표되는 「잡초형」이었다.
총수가 잡초형에서 화려한 학력을 자랑하는 타입으로 대체되면서총수의 입장과 재벌의 의사결정에 어떤 변화가 생길까 하는 점이주목을 끌고 있다.
작년부터 대재벌을 중심으로 분권화(分權化)의 움직임이 시작됐다.종래 톱다운 방식의 의사결정에서 계열회사를 분야별 그룹으로나누어 각각 톱을 설치해 권한을 부분적으로 이양하는 방식이다.
집단지도체제라고 말할 수도 있다.
지난주 삼성에서 열린 연례 사장단회의는 금년 실적을 점검하고내년도 전략을 다듬는 점에서는 작년회의와 마찬가지였다.그러나 성적이 부진한 계열회사의 톱을 질책하던 이건희(李健熙)회장이 참석하지 않은 점에서는 예년과 달랐다.삼성은 계 열사 사장이 한곳에 모이는 방식을 그만 두고 전자.기계 등 소그룹별로 회의를 열었다.
집단지도체제로 이행한다고 해서 총수의 권한이 급격히 저하되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톱다운 방식은 반도체 관련 투자나 해외기업 매수등 기민한 의사결정이 요구되는 장면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도쿄=노재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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