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전망>反勝위한 마지막 '호흡 가다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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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주가가 떨어지는 이유는 바보같은 소리 같지만 사는 사람보다 파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15일까지 누가 많이 사고 누가 많이 팔았을까.보험이 473억원,투신 400억원,일반법인 376억원,그리고 개인투자자들이 997억원을 순매수(매도보다 매수가 많은 현상)했다. 반대로 증권사의 1,426억원을 선두로 은행 716억원,종금.투금이 70억원을 순매도했다.기금은 순매수 3억원,11월에 약간의 순매도를 보였던 외국인은 이달중 매도를 거의 멈춘 상태다. 요컨대 기관(일반법인 포함)은 1,000억원어치를 팔고 개인은 그만큼 샀으니까 기관이 연합하여 개인을 「물먹인」 셈이다. 그러나 한 해를 놓고 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연초부터 지난 15일까지 어마어마한 물량공세(순매도 2조1,000억원)를 편 주체는 바로 개인투자자들이었다.이에 맞서 외국인1조3,500억원,일반법인 9,800억원의 매수우위로 시장을 떠받쳤다.기관은 순매도 2,300억원으로 시장개방이후 늘 그랬듯이 샀다 팔았다 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어찌됐거나 누가 사고 판 것을 놓고 시장침체의 주범을 찾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각 투자주체는 애초 목표한 수익률을 얻는것만이 최선일 뿐이다.
지금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곰(비관적인 사람)은 왜 파는 것일까.내년 경기가 불안한 가운데 비자금 파문에다 북한의 남침위협설등 장외악재들이 꼬리를 물어서 일까.그도 저도 아니면다른 사람이 파니까 나도 팔고 봐야겠다고 하는 것일까.
한편 사는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할까.내년 경기가 둔화된다 하더라도 곤두박질치지는 않을 것이다,금리가 내릴만큼 내렸다,종합과세를 피하려는 자금이 결국 주식으로 몰릴 것이다,북한의 동향운운은 기우에 불과하다,시장여건이 지금보다 더 악화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를 내세운다.
유통시장이 죽쑤는 것과는 정반대로 지난 14,15일 이틀간 실시된 8개사의 공모주에 몰린 자금 7조~8조원(경쟁률을 근거로 계산한 동원 가능한 규모)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공모주를 사면 틀림없이 남는다는 믿음 때문이다.유통시장 에 대해서도이같은 확신을 가질 때는 언제일까.
기술적으로 보면 지난달 21일의 917이 무너진 지금 남은 것은 5월27일의 847을 테스트하는 것 뿐이다.그러나 조금 멀리서 보면 94년4월 전 고점(89년의 1,007) 바로 앞에서 855로 후퇴했었고,올해 5월에는 847까지 밀린 적이 있다.즉 이번의 후퇴도 「처녀지」를 향한 마지막 호흡 가다듬기일 수도 있다.
권성철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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