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재판 보겠다"법원앞 밤샘 줄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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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 부정축재사건 첫 공판을 하루 앞둔 17일 오전부터 서울서초구서초동 서울지법 정문앞에는 당일 아침 9시부터 배포하는 방청권을 얻기위해 시민 80여명이 줄을 서서밤을 새는등 이 사건에 쏠린 국민들의 높은 관심 을 반영했다.
재판부가 80석으로 제한한 일반방청권을 구하기 위해 이날 저녁식사를 마친 뒤 방청권 대열에 합류하려던 일부 시민들은 이미줄을 선 인원이 방청권 배부인원인 80명을 넘어선 사실을 확인,아쉬운 표정으로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학생.외신기자.시골농부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들 대기 행렬가운데엔 불구속기소돼 법정에 출두하는 기업총수의 산하 기업관계자들이 동원한 심부름센터 직원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줄 맨 앞에 선 일본 NHK한국지사 직원은『법원측이 외신기자들에게는 방청권을 제한해 취재기자를 일반인 방청석에라도 들어가도록 하기 위해 오전10시부터 나왔다』며 법원측에 불만을 표시했다. 사법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하남식(河南植.26.경기도하남시신장동)씨는『국민들이 고생해서 세금을 냈는데 盧씨가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모아 호의호식했다니 분노를 느낀다.
처음에는 와서 돌이라도 던지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럴 가치조차느끼지 않는다』며 『역사의 현장도 구경할 겸 구체적인 형사재판진행에 대한 공부도 할 겸해서 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두터운 외투와 모자.털장갑등으로 중무장하고 인근 편의점에서 간단한 음식을 준비해 배를 채우며 역사의 현장을 자신의눈으로 직접 지켜보겠다는 의지로 추위를 견디며 밤을 지새웠다.
전남 강진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김태수(金泰洙.77)씨는 이날오전 9시에 고속버스를 타고 상경,오후 6시부터 법원정문앞을 지켰다. 金씨는『대통령까지 하면서 그렇게 나쁜 짓을 한 盧씨를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내가 죽기전에 그 얼굴을 똑똑히 보고싶어 왔다』며 『대통령만 하면 됐지,도대체 뭐가 아쉬워서…』라며말을 잇지 못했다.
곽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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