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호소할 데가 없다-국회계류 분쟁조정법 또 폐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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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소비자들이 의료사고를 당해도 마땅히 호소할 데가 없다.올 정기국회에 제출됐던 의료분쟁조정법(안)이 폐기돼 앞으로도 수많은의료소비자들은 의사의 주의의무 태만.오진으로 피해를 당하고도 가슴만 쳐야 할 판이다.또 의사들은 그들대로 잘 못이 없는데도무작정 행패를 부리는 일부 환자가족등의 무분별한 행동에 위축돼적당히 「방어진료」나 하는등 부작용이 우려된다.
◇법안의 자동폐기=국회는 의료사고로 받은 환자피해를 의료배상보험으로 구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의료분쟁조정법안을 의료계 반발로 처리하지 않기로 했다.
이 법안은 의료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의료소비자들이 소송에 앞서 이 기구에서 조정받아 적절한 배상.보상을 받도록 하자는 것. 그러나 의료계는 『책임소재가 분명치않은 의료사고에 대해서는정부나 의료보험연합회가 보상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의사에게 잘못이 있는 것으로 판명되지 않은 경우에는 의료계가 보상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도 현행 법체계상 이 경우의 「무과실보상」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태=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의료분쟁은 최근 수년간 연1,100건 안팎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피해=제도의 미비로 환자측과 의료계 모두 피해를 보고 있다. 소비자의 경우 의사들과 합의 하더라도 일본등 선진국에 비해훨씬 적은 보상 또는 배상만 받을 뿐이다.
대한의사협회공제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9월말까지 접수된 의료분쟁 261건 가운데 합의가 이뤄진 경우의 평균 합의금은 1,383만원에 불과하다.일본의 경우 배상보험에 의한 최고배상한도가 1억엔이다.
또 의사들은 일부 환자및 환자가족들의 「의료난동」등 때문에 55%가 직업에 회의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의협은 밝히고 있다.
김영섭.이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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