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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1만弗시대의문화>2.문학-문단의 여성화.세계화 뚜렷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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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95년의 한국문학계는 여성화.세계화의 흐름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여성작가들의 문단 장악,외국을 무대로 한 소설작품의 확산 등이 그것이다.
이같은 흐름은 올해말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돌파한다는 경제적 요인과 관계가 깊다.
시간적.금전적으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중산층이 확대되면서 독서계층과 취향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이 취향의 변화를 가장 먼저 드러낸 것이 여성작가들의 활약이다. 종로서적.교보문고 등 대형서점의 지난 1년간 베스트셀러 집계를 보면 공지영의 『고등어』와 양귀자의 『천년의 사랑』이 소설분야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외에도 신경숙의 『깊은 숨을 쉴 때마다』,김미진의 『모짜르트가 살아있다면』,김형경의 『세월』 등이 10위이내를 점거하고있다. 최근 발표돼 순위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신경숙의 『외딴 방』,박완서의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등도 문단의 주목을 받는 화제작으로 꼽히고 있다.
각종 문예지는 여성의 문단점령을 앞다퉈 특집으로 다뤘을 정도다. 『소설과 사상』 가을호에 「여성작가들의 등장과 문단의 여성화」를 쓴 김성곤 서울대교수는 『작가들의 관심이 외면적인 것에서부터 내면적인 것으로,현실적인 것에서 환상적인 것으로,집단적인 것에서 개인적으로 침잠해 감에 따라 여성작가들이 부상하고문학 역시 심각하게 여성화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세계의 문학』 가을호에서 배은경씨는 공지영.최영미.공선옥.
김형경씨 등 30대 여성작가들의 책이 잘 팔리는 원인을 분석했다. 80년대부터 강한 자기 실현 욕구를 보여온 젊은 여성층,「빈 둥지 증후군」을 겪고있는 40~50대 전업주부들의 정체성위기가 여성들로 하여금 글쓰기와 독서에 관심을 갖게하는 한 요인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여성작가의 작품 혹은 여성의 자기 정체성을 확인해 가는 페미니즘 계열의 작품이 잘팔리게 된 것은 여성독자층이 증가한 탓이다.
이는 소득 1만달러의 선진산업사회로 진입하면서 여성들의 사회적 갈증과 여가시간의 증가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하나의 두드러진 현상은 작품 무대의 세계화다.
이것은 금년도 주요 문학상 수상작의 상당수가 외국을 무대로 하고있는데서 나타난다.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윤후명의 『하얀 배』는 중앙시베리아 카자흐스탄을 무대로 하고 있다.
강력한 후보작의 하나였던 윤대녕의 『피아노와 백합의 사막』 역시 중국 돈황을 다녀온 11박12일간의 실크로드 기행소설이다. 동인문학상 수상작인 정찬의 『슬픔의 노래』는 바르샤바(아우슈비츠)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강력한 후보작의 하나였던 고종석씨의 『제망매』는 파리를 무대로 하고 있다.
이같은 작품무대의 확산은 우리나라 대학생의 13.5%가 외국여행 경험자라는 최근의 통계가 말하듯 소득수준 증가에 따른 세계화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외국의 예를 보면 미국은 78년, 일본은 84년에 국민소득 1만달러를 넘어섰다.
문학평론가 정과리씨는 『일본은 10여년전 페미니즘 소설이 유행했으나 지금은 과학.기업.추리소설,그리고 무엇보다 만화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대중문화 확산에 따른 문화의 오락화가 계속되면서 일본과 같은 길을 걷기 쉬 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평론가 김병익씨는 『우리의 1만달러 시대는 외국과 달리 컴퓨터.영상매체의 급격한 발달과 함께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문학의위상은 더욱 위축될 것』이라며 『창작풍토도 가볍고 영상적이고 속도감있는 묘사가 점차 우세해질 것』이라고 내다 봤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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