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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건강한 사회 만들기 운동 펼칠 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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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앞으로는 경제인보다 사회운동가로 살아가겠습니다."

최근 전국 440만 평신도들의 모임인 '천주교 평신도 사도직협의회(평협)' 회장으로 선출된 손병두(孫炳斗)전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그는 지난달 29일 서울 명동성당 내 가톨릭회관에서 기자를 만나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孫회장은 1996년 전경련 부회장이 된 이후 '재계의 입' 역할을 수행해왔다. 김대중 정부 시절 강도높은 재벌 개혁과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는 철저히 재계의 이익을 대변했다. '빅딜(대규모 사업조정)' 당시엔 강봉균 당시 경제수석과 빅딜 합의서를 집어던지면서까지 설전을 벌였다. 그런 그가 2월 하순 전경련 상임고문직에서 물러나고, 이어 평협 회장이 된 뒤 "파괴된 우리 사회와 가정을 되살리는 일에 힘을 쏟겠다"며 '사회 살리기' 전도사를 자임하고 나섰다.

孫회장은 "가정이 바로 서야 나라도 튼튼해진다"며 "'아름다운 가정,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일에 미력이나마 보태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가정회복 선언문'을 채택했고, 이번 총선에서 건전한 가정을 꾸려가는 후보에게 투표하자는 캠페인도 벌일 계획이다. 그는 오래 전부터 세계 가톨릭 신자들이 벌이고 있는 '부부 일치운동(ME)'의 한국 및 아시아 대표로 일해왔다.

그가 펼치겠다는 사회운동의 바탕엔 평소 소신인 '건강한 보수주의'가 깔려 있다. 그는 "미국의 힘은 가정을 중시하는 건전하고 보수적인 가치관에서 나온다"며 "한국의 지금과 같은 높은 이혼율과 낮은 출산율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사회운동에 주력한다고 해서 그가 경제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것은 아니다. 이번 달부터 울트라건설의 경영고문으로 일하고 있으며, 자유시장경제연구소를 설립해 시장경제의 우월성을 홍보할 예정이기도 하다.

孫회장은 "국회의원 출마 제의가 많았지만 거절했다"면서 "사회운동가로서 할 일이 훨씬 더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영욱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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