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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뉴스] 저는 키가 큽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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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저는 키가 큽니다.
주위의 집들이 주눅 들죠.

제가 친구들과 함께
우르르 나타난 곳은
30여년 전
서울 압구정동이랍니다.

지금은 저희들이
모여 사는 곳이
숱하게 많아졌죠.
상계동.목동.일산.분당….

저는 귀한 몸이에요.
아무하고나 안 놀아요.
비싼 거 좋아하죠.
몸값도 무지무지 비싸요.

어떤 땐 나도 내 몸값이
얼마나 올랐는지
모르겠어요.

제 주위 사람들은
자꾸 저를 가지고
돈을 벌려고 해요.

시티파크라는 신참내기는
인기가 너무 좋아
보자는 사람이
왜 그리 많은지.
누구는 웃돈 3억원 내고,
누구는 한몫 챙기고,
누구는 자금추적 당한다는데.

이런 성격 탓에
구박도 많이 받아요.
특히 나랏님들
툭하면 그 성질 잡겠다며
두드려 패려고 하지요.

그런데 제가 누군데요.
성질 죽이는 척하다
뜸해지면 또 제 맘대로죠.

사실 처음부터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이상한 아줌마.아저씨들이
놀자고 해 이렇게 됐어요.
이젠 그런 사람들
좀 말려주세요.

근데 넌 누구냐고요?
나, 아파트.

※국세청이 용산 시티파크 당첨자 760명의 인적 사항을 확보하고 이 가운데 29명에 대해 자금출처 조사에 나섰다. 이들은 나이가 어리거나 자금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이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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