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칼럼>학업과 담쌓는 우리나라 운동선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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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95국제대학농구 올스타전에 참가한 캐나다의 브리티시 컬럼비아대학(UBC)선수들이 경기일정중 졸업및 진급시험을 치렀다는 보도는 신선한 충격으로 와닿는다.이 대학은 선수들이 한국에서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지난 5일 부총장급 감독관을 서울에 파견했고 그 감독관은 시험지를 휴대하고 원정아닌 원정길에 올랐다는보도였다.
운동선수가 특기생으로 입학이 허용되면 그 선수는 강의보다 운동에 전념하느라 교실과는 담을 쌓다시피하는 우리 처지로 보아서는 도무지 이해가 안가는 일을 캐나다사람들은 태연히(?)해내고있다.때를 같이해 한국 대학들은 스카우트한 고교 선수들이 200점 만점의 수능시험에서 체육특기생에게 주어지는 특혜의 마지노선인 40점을 따지못할까봐 특강을 하는등 법석을 떠는 것을 보면 교육제도의 하늘과 땅 차이를 실감나게 한다.
꽤 오래된 일이지만 어느 회사에서 운동팀을 창단하기로 결정한뒤 사장이 선수들을 면접하는데 그 광경이 묘하더라는 얘기다.선수들의 대부분이 국내 유수한 대학졸업생이요, 그 가운데는 한때병역을 연기할 목적으로 대학원에 진학한 선수도 몇명 끼여 있었다. 『대한민국의 영문표기는 무엇인가.』 『….』 『1천원짜리천장이면 얼마냐.』1백만원이라고 대답한 사람은 열사람 가운데 세사람정도.
『출신학교 주임교수의 성함은.』 『….』 대충 이정도면 면접현장의 분위기는 짐작이 갈만하다.건장한 체구에다 멀쑥한 얼굴,그리고 대부분의 선수들은 많은 팬을 갖고있는 「젊은이의 우상」이다.면접을 마친후 사장은 장탄식했다.
『이래가지고서야 어디!』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로 보면 대학까지16년,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선수들은 기본교양부족이라는 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그것은 수능시험에서도 차별화하듯 스스로 열등의 대열에서 안주하려는 경향과 제도의 타성,그리고 선수관리 체 제가 학업과 거리를 두는 오랜 관행의 탓 때문인지도 모른다.. 솔직한 말로 우리의 일반적인 정서로는 경기일정에 아랑곳하지 않고 감독관까지 보내 시험을 치게한 UBC의 괴팍하기까지한 학사운영에 어떤 작위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만큼 그것은 우리의 경우와는 너무 괴리가 있다.이 괴리만 큼 UBC의조치는 신선미가 있었다.
정신과 육체의 균형있는 발전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가치의극치를 이루는 덕목이다.제 아무리 훌륭한 육체의 소유자라도 내면세계가 허(虛)하면 그 인생은 모래위에 세운 탑에 불과하고 내면이 충실한 사람도 이를 지탱할 바탕이 없고보 면 무위로 끝나게 된다.
옛사람들은 자식에게 1만권의 서적을 섭렵케하든가 만리여행을 권함으로써 인간교육의 본보기로 삼았다.책속에는 우주만물의 조화가 숨쉬며 인간의 의지와 슬기,꿈과 애환,생활의 지혜와 인간의길이 있다.운동선수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선 수중엔 스포츠에의 정진과 그로 인해 얻은 성가가 무색할만큼 아는게 적은 경우를 흔히 본다.정신의 바탕,내면세계의 취약성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그 인생은 편익비행으로 끝날 수밖에 없지않겠는가.UBC의경우를 계기로 선수들이 자신 삶의 폭을 넓히는데 힘을 쏟는다면경기의 승패에 관계없이 또 하나의 승리를 얻는 보람을 느끼게 될것이다.
(언론인.KOC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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