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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든 386 “정부, 태도변화 보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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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한열 열사의 영정을 앞세운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10일 서울 세종로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김성룡 기자]

6·10 민주화 항쟁 21주년을 맞은 10일. 당시의 주역들인 ‘386세대’들도 서울시청 광장 일대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대거 참석했다.

이날 오후 ‘고(故) 이한열 열사 21주기 추모기획단’이 주최한 이 열사 국민장 재연 행진에도 386세대들이 많이 참여했다. 연세대 정문에서 서울시청 앞까지 1개 차로를 막고 진행된 국민장 재연 행진에는 이 열사의 어머니를 포함해 당시 대학 총학생회 간부 등 약 300여 명이 모였다. 행진이 시작되기 전 민주화 운동을 하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숨진 당시 서강대생 김의기 열사의 추모단 100여 명도 긴급 합류해 인원은 더 늘어났다.

또 행진이 진행되면서 서강대·이화여대·경기대 학생들도 하나둘씩 참여하면서 이들이 시청 앞 촛불집회 장소에 도착했을 때 인원은 약 1000여 명에 달했다.

이 열사는 연세대 경영학과에 다니던 87년 6월 9일 ‘독재 타도’와 ‘호헌 철폐’를 외치다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숨졌다. 이 사건은 6·10항쟁의 기폭제가 됐다.

6·10항쟁 당시 경기도 수원에서 지부장을 맡았다고 소개한 구본주(47)씨는 “오늘을 계기로 촛불집회가 수그러들 거란 예상이 나오지만 정부가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는 한 시위는 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한열 추모사업회 사무국장인 우상호 전 통합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송영길 의원 등 386세대 정치권 인사들도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386세대 가운데 일부는 10대 청소년들처럼 인터넷과 문자를 통해 주위에 집회 참석을 독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대학생 때 6·10항쟁에 참여했던 김경복(43)씨는 “지난해 20주년 때는 별생각 없이 넘어갔지만 올해는 쇠고기 수입 문제가 겹친 만큼 종로에서 친구들끼리 모여 현 시국에 대해 토론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우상호 전 의원은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낸 6·10항쟁 2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참석하기로 했다”며 “6·10항쟁에서 정권퇴진을 외친 것과 달리 이번 촛불집회는 생활주권을 주장하는 다른 의미의 행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 정신이 이어져야 한다는 21년 전의 교훈을 되새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87년 서울 용산구 남영동 공안분실에서 물고문을 받다 숨진 박종철 열사의 기념사업회 회원 100여 명도 이날 경찰인권센터(당시 공안분실)에서 열리는 박종철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한 뒤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이들은 명동성당에서 박 열사를 기리는 행사를 하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삼보일배를 진행하면서 시청 앞까지 이동했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 이돈명 변호사, 유시춘 6월민주항쟁계승사업회 상임이사 등 6·10항쟁 당시 지도부였던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 인사 300여 명도 이날 오전 한국프레스센터와 서울 을지로 향린교회에서 6월 항쟁 기념식을 열고 “이번 촛불집회는 21년 전의 민주화 항쟁을 이어가고 있는 또 다른 저항”이라고 평가하며 힘을 보탰다.

글=최선욱·김진경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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