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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캘린더] 'SeMA 2004'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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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 문화와 젊은이들 속살을 꿰고 흘러가는 고갱이를 대여섯 줄기로 꼽는다면? 서울 서소문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SeMA(Selected eMerging Artists) 2004'전은 41명의 젊은 미술가들이 '여섯개의 이야기'로 풀어낸 우리나라 바라보기다. 동시대가 보여주는 다양한 문화 양상을 미술작품으로 짚은 큐레이터와 작가들의 시선이 가슴에 와닿는다.

첫째 흐름은 '소비 게임-공룡의 트릭'이다. 욕망으로 들끓는 한국 사회는 더 많이 먹고 쓰고 버리기 경쟁에 나선듯 거대한 쓰레기장이자 욕구 배출의 하수구가 되었다는 얘기를 4명의 작가가 사진.영상.설치미술로 보여준다. 말끔한 아파트단지 옆에 솟아난 이쑤시개와 종이컵 등 일회용품 탑을 대비한 염중호씨 사진(사진)은 풍자와 경고의 두 목소리를 던진다.

두번째 문화 코드는 '이식(移植)'이다. 쉬운 말로 바꾸면 복고풍이요, 거창하게 말하면 전통의 현대화다. 민화나 불화 같은 옛 그림 형식을 빌려다 오늘의 삶을 비추는 서은애.박윤영씨 등 5명은 소시민이 품은 소박한 꿈을 그린다.

아이(Kid)와 어른(Adult)의 영어를 합성한 '키덜트'는 몸만 성인이 돼버린 애들 같은 사람들을 가리킨다. 멀쩡하게 나이를 먹고도 여전히 아이의 감성과 취향을 버리지 못하고 환상 속에 사는 '키덜트-21세 키드의 자화상'을 프로젝트그룹 '옆'과 변시재씨 등이 명랑하고 발칙하게 묘사했다.

6개의 주제를 그저 평면적으로 늘어놓은 감이 있지만 미술로 보는 한국사회와 문화 요약이란 점에서 유익하다고 말할 수 있다. 5월 9일까지. 02-2124-8800.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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