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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웰빙] 물 먹으러 카페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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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면

천창으로 빛이 들어오고 사방이 탁 트인 공간에 멋진 바가 있다. 대형 와인 셀러가 있는 걸 보니 와인 바인 모양이다. 그런데 웨이터는 와인 리스트보다 물 리스트를 먼저 내놓는다. 일본인들의 물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는 공간, 도쿄 시부야의 쇼핑센터 '에비수 가든 플레이스' 1층 로비에 자리잡은 물카페 '글라스 스퀘어 BIF(左)'다.

뉘엿뉘엿 해가 질 무렵 한 쌍의 젊은 남녀가 카페에 들어선다. 각각 다른 종류의 생수를 시키고 유기농 치즈를 안주 삼아 먹는다. 메이지대 상학부 3학년인 미시가와 레나(22.여)와 오카다 야스히코(22). 이곳 단골손님이기도 한 미시가와는 일본의 전형적인 물 웰빙족이다. 가방에는 늘 외국산 생수를 넣고 다닌다. 그녀는 "또래 일본 여성들도 물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말한다. 일본에서는 칼슘 함량이 높은 프랑스산 생수 '콘트랙스'가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고 해 인기를 끌었다.

물카페를 찾는 사람들의 연령은 다양하다. 일흔여섯의 구라타히도 오미는 해양 심층수를 한 병 주문한다. 해양 심층수는 바다속 깊은 곳의 물을 걸러 민물로 만든 물이다.

"특별히 건강을 생각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매일 술을 마실 수는 없으니 와인을 마신 다음 날은 물을 마시죠."

'에비수 가든 플레이스'의 매니저 야스히로 요시다는 "일본에서는 최근에 건강을 생각해 주스보다 비싼 물을 마신다"고 설명한다. 일본에서는 주스보다 물이 비싼 편이다. 2002년 11월 문을 연 뒤 꾸준히 손님이 늘고 있다. 평일에는 점심을 먹은 뒤 들르는 손님이 많다. 주말에는 데이트하는 남녀가 많이 찾는다고.

이 카페에서는 일본산 '이온수', 아랍산 '마사피', 노르웨이산 '올덴', 스위스산 '스위스 워터', 캐나다산 빙하수 '아이스 에이지', 프랑스산 '페리에' 등 13개국 30여 브랜드 40여종의 생수를 판매한다. 기포가 많이 올라오는 강탄산수와 보통 탄산수, 탄산이 없는 물로 구분돼 있다.

라임맛.레몬맛 생수도 있다. 칼슘.마그네슘 등 미네랄 함유량이 ℓ당 1.18㎎밖에 되지 않는 연수부터 1063㎎에 달하는 초경수까지 갖춰놨다. 경도 300 이상의 물은 건강.다이어트.변비 해소에 좋으며 100~300의 물은 맛이 좋고, 경도 100 미만의 단물은 차를 끓이거나 밥을 짓는 데 적합하다는 게 물카페 측의 설명이다.

도쿄의 거리 자판기에서도 일본인의 물에 대한 관심을 읽을 수 있다. 우롱차.녹차.생수 자판기는 즐비해도 커피 자판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야스노리 후쿠시마(50)는 10년 전부터 이온수기를 사용하고 있는 물 웰빙족이다. 이온수기는 전기분해로 칼슘.마그네슘 등 양이온이 풍부한 알칼리수와 음이온이 많은 산성수를 분리해주는 제품. 알칼리수는 음용으로, 산성수는 세안용으로 쓴다. 그는 "아이들이 알칼리물을 마시면서부터 주스나 탄산 음료를 덜 마신다"고 말했다.

이온수기는 10여년 전 알칼리 물로 당뇨 등 질병을 치료한 사례가 NHK에 방영된 뒤 인기를 끌었다. 일본 가정의 8%가 이온수기를 사용한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정수기 보급률은 30%에 달한다.

한국에도 일본의 물 웰빙 문화가 도입되고 있다. 최근 런칭한 슈에무라의 '딥씨테라피', 한국화장품의 '오션(ossion)' 등은 일본에서 오래 전부터 애용되던 해양 심층수를 원료로 만든 화장품이다. 김치냉장고 '딤채'로 유명한 만도 위니아에서는 음용 알칼리수, 세안용 산성수 등 pH에 따라 6단계의 물을 만들어내는 이온수기 '뉴온'을 출시했다. 김청경.이희.정샘물 등의 뷰티 살롱에서는 손님에게 음용 알칼리수, 피부용 약산성수 스프레이 등을 제공하고 있다.

도쿄=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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