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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산책] 시원한 카페 같네…투명캠퍼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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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삼선동 산비탈 주택가에 자리잡은 한성대학 캠퍼스는 그리 넓지 않다. 또 중.고등학교까지 함께 위치해 있어 오밀조밀 복잡하다. 그러나 지난 가을 캠퍼스 입구에 들어선 미래관은 입체적 공간 사용과 틈새마당 배치 등을 통해 마치 캠퍼스 공간을 늘린 것 같은 효과를 가져오면서 학교의 랜드마크 역할까지 겸하고 있다. 학교 건물이라면 으레 상상하는 딱딱하고 엄격한 데에서 벗어난 유리와 색감이 경쾌한 모습이다.

지하 2층, 지상 6층으로 약 4000평의 규모인 미래관에는 일반열람실.전자도서실 등의 도서관과 전자계산실.컴퓨터 실습실 등의 전자계산소 및 종합강의실.카페테리아 등이 자리잡고 있다.

미래관은 대학 본관과의 사이 공간을 광장으로 만들어 학생들 움직임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동시에 캠퍼스 전체로 열린 공간이 되도록 구성됐다. 또 광장은 도서관 지하의 성큰(sunken) 공간으로 이어지면서 수직적인 레벨차를 통한 윗마당.아랫마당으로 실제보다 훨씬 넓게 느껴지도록 만들어졌다.

설계를 맡은 공간종합 건축사무소의 오섬훈 본부장은 "좁은 캠퍼스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서 설계의 기본구상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우선 본관에서 광장.미래관.학생회관.전시실로 이어지는 길을 중심으로 학생들이 다양한 공간체험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함으로써 좁은 캠퍼스 공간에 깊이를 더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이를 위해 도서관과 학생회관 사이의 통과공간, 도서관 필로티(기둥) 사이로 얼핏 보이는 본관과 도서관 사이의 공간, 도서관 지하로 이어지는 성큰 공간 등이 틈새 공간으로 제각각 독특한 장소성을 갖도록 꾸몄다. 건물 코너의 재료나 조경 등에 그만큼 세심한 차이를 부여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각각의 장소는 학생들의 대규모 모임의 장소, 개별적인 두서너 명의 만남의 장소 등으로 다양하게 쓰인다.

오 본부장은 미래관 건물의 설계 개념을 '박스 인 박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건물은 전자계산소와 도서관이라는 전체적인 틀로 설정된 두 박스와 다시 그 내부에 개별적인 열람실 박스들, 계단을 포함하는 선형 박스 등으로 구성됐다.

미래관에서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공간은 단연 계단실이다. 1층에서 6층까지 수직으로 열린 아트리움 형태의 계단실은 건물 저층부에서 상층부까지 자연스러운 동선 흐름을 유도한다. 계단실은 전면 재료를 유리로 해 건물 내부와 외부의 시각적인 교류가 가능하다. 즉 유리를 통해 건물 내부의 움직임이 외부에 보여 캠퍼스에 생동감을 던져주고, 밤에는 계단실의 환한 조명이 밖에 있는 학생들을 도서관으로 유인한다. 밤에도 잠들지 않는 대학 캠퍼스의 모습을 상징하기 위한 장치다.

한편 계단실 곳곳에 배치된 진홍색.남색 등의 강한 색감의 소파는 경쾌한 건물의 분위기를 더욱 튀게 만든다. 계단실은 열람실로 직접 이어지면서 공부에 지친 학생들이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마련됐다. 유리를 통해 들어온 햇볕이 따스한 소파에 삼삼오오 모여 앉은 학생들의 모습이 정겹다. 선형의 계단실은 단순한 이동공간에서 한 차원 더 나아가 유리 표피와 수직적인 움직임을 통한 가변성 등으로 미래관의 핵심 공간이 되고 있다.

종합강의실과 컴퓨터 실습실.카페테리아 등이 위치한 지하층은 학생들의 움직임이 가장 분주한 장소다. 지하층이지만 카페테리아에서 외부 광장으로 터진 성큰 가든으로 인해 지하라는 느낌이 크게 들지 않는 공간이다.

성큰 가든과 이어진 밝고 고급스러운 실내의 카페테리아는 마치 도심의 카페를 옮겨다 놓은 분위기로 나이든 사람들이 추억하는 학교식당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학교 건물도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가는 것이 건물 외부 형태와 실내 디자인 곳곳에서 드러난다.

한성대 미래관은 좁은 캠퍼스에서도 세심한 디자인적인 해결방법을 통해 학생들에게 새롭고, 여유있는 느낌의 넉넉한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재미있는 사례다.

글=신혜경 전문기자
사진=박영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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