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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웰빙] 초밥이 돌고 군침도 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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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없이 가만히 앉아 빙글빙글 돌아가는 접시를 응시한다. 맛있게 생긴 접시가 나타나면 얼른 집어서 식탁에 내린다. 군침 한번 삼키고 젓가락으로 조심스럽게 집어 간장을 살짝 찍어 입으로 가져간다. 오물오물거리며 입가에 다시 미소가 흐른다. 그 사이에 빈 접시는 또 한층 올라간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회전초밥집의 광경이다. 초밥 전문집보다 싼 값에 원하는 초밥만 골라 먹는 매력에 회전초밥집이 도심 곳곳에서 성업 중이다.

사실 1990년대 초반 회전초밥집이 인기를 누린 적이 있다. 값은 싸지만 종류도 적고 비위생적인 관리로 반짝 인기에 그쳤다. 그러나 요즘 등장하는 회전초밥집은 예전과 달리 대규모의 세련된 시설에 다양한 종류를 갖춰 초밥 매니어들의 입을 즐겁게 하고 있다.

서울 도산대로 시네시티 건너편에 있는 '기요스시'의 경우 50m 길이의 회전판이 돌면서 100가지가 넘는 초밥을 선보인다. 회전판 안에 있는 주방에선 특급호텔 출신의 조리사 5, 6명이 민첩하게 초밥을 쥐어낸다. 어디를 가나 흔히 먹을 수 있는 초밥만 쥐는 게 아니다. 참치 뱃살을 갈아 얻은 '네기도로', 아보카도.참치 등을 넣은 '기요스시' 등 이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창작 초밥도 적잖다.

일반적으로 회전초밥집은 조그만 접시에 초밥 2개를 얹어 돌리는데 가격에 따라 색깔이 다르다. 접시 색깔별로 보통 5, 6가지. 싼 것은 1000원대, 비싼 것은 1만원대도 있다. 골라 먹은 접시를 쌓아두면 나중에 한꺼번에 계산하는데 싼 것과 비싼 것 적당히 섞어서 먹으면 1인당 2만 ~ 3만원에 배를 채울 수 있다.

글=유지상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 맛있게 먹기 know-how & know-where

◆ 피크타임에 줄을 서는 집을 골라 함께 줄을 선다=손님이 많으면 레일 위에 있는 초밥들이 자주 바뀌기 때문에 보다 신선하고 다양한 초밥을 즐길 수 있다.

◆ '도로'라고 하는 참치뱃살 초밥을 잘 쥐는 곳이 실력파=참치뱃살 초밥은 비싸긴 해도 초밥집 입장에선 재료비가 워낙 비싸 별 득이 없는 메뉴다. 참치뱃살 초밥을 적당히 내는 곳은 다른 것도 '적당히'초밥일 가능성이 크다.

◆ 회전초밥은 불특정 다수를 위한 초밥이다=초밥 전문점의 카운터에선 특정 개인을 위한 초밥을 쥐어내지만 회전초밥은 그렇지 않다는 점을 인정할 것. 맛의 기대치를 100(초밥전문점 수준)에 두지 말고 80점으로 낮춰 만족도를 높이는 것도 요령이다.

◆ 시간대를 잘 골라서 간다=신선한 초밥을 먹으려면 영업을 시작하는 시간에 맞춰 가는 것이 좋지만 종류가 다양하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다. 사람이 가장 많이 몰리는 시간대(점심엔 낮 12시 ~ 오후 1시. 저녁엔 오후 6시30분 ~ 8시30분)에 모든 종류의 초밥이 등장한다.

◆ 조리사가 바로 쥐어내는 것을 공략한다=회전 레일에서 돌고 있는 초밥은 표면이 말라서 맛이 떨어진다. 앞에 있는 조리사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며 호흡을 맞춘다.

◆ 비싼 초밥은 레일에서 고르지 말고 주문한다=회전초밥에서도 주문이 가능하다. 원하는 것이 없으면 언제든지 요구할 것. 한 알에 5000원 이상하는 고급 초밥은 레일에서 찾지 말고 요구하는 게 낫다.

◆ 초생강과 락교로 입 안을 깔끔하게=초밥을 먹는 사이사이에 초생강과 락교로 입 안을 씻어준다. 오차를 마시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래야 다음 초밥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 부드럽고 시원한 술로 입맛 돋우기=초밥엔 독한 양주나 소주보다는 부드럽고 개운한 맥주.와인.정종이 잘 어울린다. 술이 독하면 초밥 맛을 잘 느끼지 못한다.

◆ 초밥 먹는 순서는 '당신의 마음대로'=회전초밥집에선 이것저것 많이 먹어서는 여러 가지 초밥의 다양한 맛을 느끼기가 어렵다. 때문에 흔히 말하기를 담백한 재료의 초밥부터 익힌 초밥, 강한 맛의 초밥, 김을 이용한 마끼 초밥의 순서대로 먹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러나 정석은 아니다. 마끼 초밥부터 먹더라도 맛있게 먹으면 그만이다.

*** 회전 초밥엔 어떤 게 있나

(1) 참치초밥=참치 뱃살 부위로 만든 '도로'가 대표적이다. 지방층이 녹아 흐르면서 부드럽게 삼키는 기분이 최고인 맛이다.

(2) 고등어초밥=고등어를 적당히 삭혀 만든다. 초밥 조리사의 실력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비린내가 강하지만 빠지면 섭섭한 초밥이다

(3) 학꽁치초밥=지방이 적은 고단백 저칼로리 생선으로 맛이 담백하다. 조리사들이 칼솜씨로 여러가지 모양을 낸다

(4) 연어초밥=하얀 줄이 규칙적으로 섞인 오렌지색 생선. 표면이 촉촉하고 매끄러우면서 지방이 넉넉한 것이 특징이다.

(5) 광어초밥=흰 살 생선의 대표적인 주자. 쫄깃하고 담백한 육질로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생선이기도 하다.

(6) 오징어초밥=갑오징어.한치.오징어 등 사용하는 재료가 다양하다. 입안에 미끄러지듯 닿는 느낌이 좋다.

(7) 전복초밥=날 것으로 먹어도 간간한 전복. 날 것으로 초밥을 쥐어야 오독오독 씹히는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8) 새우초밥=흔히 살짝 데친 새우를 쓰지만 단새우는 생 것을 쓴다. 신선도를 바로 알 수 있으므로 조리사들이 무척 신경 쓰는 초밥.

*** 서울시내 소문난 회전초밥집 (메뉴판닷컴 www.menupan.com 추천)

◆ 기요스시=신라호텔 일식당 10년 이상의 경력을 갖춘 조리사들이 포진한 곳. 저녁 피크타임엔 20분가량 대기실에서 기다릴 것을 각오해야 할 정도로 인기다. 1300원 접시부터 여덟가지 종류의 접시가 있다. 참치뱃살 초밥은 한알에 7000원. 02-540-3320.

◆ 아리마=정통 일본 초밥집 분위기를 표방하는 곳. 참복(두 알에 2만원)으로 만든 초밥이 인기. 다랑어.송이버섯.은행과 흰 살 생선을 넣은 '송이 주전자찜(1만원)'은 다른 곳에서는 먹기 힘든 메뉴다. 1300 ~ 2만원. 서울교대역 근처. 02-522-9977.

◆ 미요젠=현대종합상사가 지난해말 오픈한 곳. 100여가지 종류의 초밥을 쥐어낸다.

김치롤.크랩롤 등 다양한 캘리포니아롤이 특징이다.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에 위치. 1300~ 1만2000원. 02-3445-1075.

◆ 스시노미치=1층은 개인좌석이고, 2층에는 회전레일 옆으로 길게 뽑은 테이블이 있어 가족단위 손님들이 많은 편이다. 자체 수족관을 두고 활어를 넣어두었다가 사용한다고. 목동 현대백화점 인근. 1300~1만원. 02-2647-7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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