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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작 & 상영작] '프리키 프라이데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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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면

프리키 프라이데이★★★☆ (만점 ★ 5개)

감독 : 마크 워터스
주연 : 제이미 리 커티스.린지 로한
장르 : 코미디 등급 : 전체
홈페이지 : (www.freakyfriday.co.kr)
20자평 : 엄마와 딸의 유쾌한 역할바꾸기.

암만 용한 점쟁이든 정신과 의사든 제 자식의 속내는 다 헤아리지 못하는 법. 할 수만 있다면 입장을 바꿔보는 것만큼 부모 자식간의 이해를 넓히는 데 좋은 방법도 없다. 2일 개봉하는 영화'프리키 프라이데이(Freaky Friday)'에서는 상담전문의인 엄마 테스(제이미 리 커티스)와 고교생 딸 애나(린지 로한)에게 이런 일이 벌어진다.

남편과 사별한 뒤 어렵게 새로 사귄 연인과 재혼을 앞둔 엄마는 코앞에 닥친 결혼식 준비하랴, 시도 때도 없이 고민을 호소하는 환자들 상대하랴 정신이 없다. 왕년의 엄마와 달리 공부는 뒷전이고 방과 후에는 차고가 떠나가라 밴드 연습에 몰두하는 딸 애나는 이런 엄마가 자신에게 무관심하다고 느낀다. 마음에 둔 남학생과 모처럼 친해질 계기가 생겼는데, 엄마는 그것마저 반대하고 나선다.

둘의 갈등은 애나의 밴드가 어렵사리 준비해온 오디션 날짜가 엄마의 결혼식 전날 밤으로 예정된 가족 만찬과 겹치면서 극에 달한다. 새 아빠는 화해를 유도하려 외식을 제안하지만, 중국음식점에 가서도 둘은 말다툼을 그치지 않는다. 이를 지켜본 중국집 주인 할머니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다음날 아침 각자의 침대에서 깨어난 두 사람은 몸이 서로 바뀐 사실을 발견하고 경악하면서도 원상회복 전까지 이를 둘만의 비밀에 부치기로 한다.

평범한 가정주부가 치맛단을 뜯어내고 요염한 첩보원으로 변신하는 영화 '트루 라이즈'를 기억하는 팬이라면 '프리키 프라이데이'는 제이미 리 커티스의 즐거운 변신을 다시 한 번 맛볼 기회다. 몸은 엄마지만, 생각은 딸이라는 핑계로 카드를 펑펑 긁어대며 스타일을 확 바꾸고, 급기야 오디션 무대에서는 왕년의 기타 연주 실력까지 유감없이 선뵌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애나 역을 맡은 어린 배우 린지 로한의 변신이 이 못지 않다는 점이다. 삐딱한 10대의 모습에서 180도 뒤바뀌어 엄마의 학창시절을 그대로 옮겨온 듯, 보수적인 '범생이'의 모습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한국영화'체인지'나 일본영화'비밀'에서 보듯 몸바꾸기가 이렇다할 새로운 장치는 아니지만 '프리키 프라이데이'는 1시간30여분 동안 재미의 고삐를 적절히 쥐락펴락하면서 가족간의 화해라는 주제를 충실하게 따라간다. 딸의 정신을 갖게된 엄마 테스에게 딸의 남자친구가 매력을 느끼고 접근하는 황당한 사건도 일어나지만, 걱정마시라. 이 영화의 제작사는 디즈니다. 자녀와 동반 관람에 나선 부모가 얼굴을 붉힐 만큼 위험한 일은 결코 벌어지지 않는다.

동명의 소설이 원작인데, 이미 1976년에 조디 포스터가 딸로 나오는 영화로 만들어진 적이 있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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