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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6년 만에 형사로 다시 돌아온 강철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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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2008 설경구 없는 형사 강철중을 생각할 수 있을까. ‘공공의 적 1-1’로 6년 만에 형사복을 입은 설경구가 많이 부드러워졌다. 노모와 어린 딸 등 가족사도 들려준다. 그가 상대하는 ‘공공의 적’도 한결 현실적이다.

2002 흥행 배우 설경구를 각인시킨 ‘공공의 적’. 막무가내 형사 강철중의 탄생을 알렸다.

막무가내 형사 강철중이 모처럼 호적수를 만났다. 강우석 감독의 새 영화 ‘강철중: 공공의 적 1-1’(19일 개봉)은 머리보다 행동이, 조리 있는 말보다 욱하는 성격이 앞서는 형사 강철중(설경구)을 히트작 ‘공공의 적’(2002년)이후 6년 만에 스크린에 불러냈다.

이번에 그가 상대하는 ‘적’은 기업형 폭력조직의 두목 겸 회장 이원술(정재영). 제 자식에게는 더없이 살뜰하되, 아직 고교생인 남의 자식들 손에 칼을 쥐어주고 잔인한 일을 시키는 파렴치 흉악범이다. 그런데도 느물거리는 말투와 질긴 입담이 강철중 못지 않은 매력을 풍겨낸다. 과거의 ‘적’들이 냉혈하고 악마적인 절대악이었던 반면, 이원술은 공처가 기질까지 살짝 내비치는 한결 인간적인 캐릭터로 가공됐다.

‘공공의 적 1-1’이라는 부제에서 보듯, 이번 영화는 강철중이 양복쟁이 검사로 격상됐던 ‘공공의 적 2’(2004년)가 아니라 속칭 ‘잠바때기’ 형사였던 1편과 연결되는 속편이다. 각진 어깨에 들어찼던 힘을 뺀 자리에 대신 들어선 것은 유머다. 장진의 시나리오에 강우석의 현장연출이 결합돼 영화 전편에서 유머를 구사한다. 설경구·정재영의 연기는 다른 배우의 입에서라면 쉽지 않았을 찰진 호흡으로 대사가 겨냥하는 유머의 리듬감을 살려낸다.

인간적 개성이 풍부해지는 것은 강철중도 마찬가지다. 전세금도 쉽게 못 구하는 형사생활이 지겨워, 강철중은 도입부에 일종의 태업에 돌입한다. 그가 내던진 사표는 당연히 처리되지 않고, 엄 반장(강신일)의 서랍 속으로 직행한다. 생활고 운운하는 강철중의 하소연을 아들 못지않게 대범하게 받아치는 노모(김영옥), 형사 아빠의 속내를 너무도 잘 아는 어린 딸의 등장은 1편에 결핍됐던 강철중의 사생활을 보여준다.

강철중의 형사 기질은 17살 고교생들이 연루된 잔인한 살인사건이 벌어지면서 슬슬 표면으로 떠오른다. 조폭을 직업적 미래로 꿈꾸는 학교 ‘짱’출신의 아이들을 강철중은 자기 식으로, 즉 작은 싸움을 붙여 큰 싸움을 피하는 방식으로 다독이며 ‘형’처럼 행동한다. 무게를 잰다면, 이번 영화는 ‘적’의 악마성만이 아니라 위태로울 만큼 폭주하던 강철중의 독종 기질 역시 1편에 비해 많이 덜해졌다.

강철중은 적절한 사회성·유머·액션을 고루 가미한 캐릭터 드라마라는, 과거 강우석 표 오락영화의 특징을 안정적으로 구사한다. ‘공공의 적 2’를 거쳐 ‘한반도’(2006년)로 극점에 달했던, 사회적 메시지에 대한 과잉 지향은 흥행 감독 특유의 장인적 세계로 환원됐다.

늘 그랬듯, 이번 영화 역시 전반적인 스타일은 세련미와 거리를 둔 우직함이 주조이되, 캐릭터 구축과 줄거리 전개를 맞춤하게 마름질하는 솜씨는 대중영화다운 쉬운 화법으로 이어진다.

학교 폭력서클 출신으로 기업형 조폭에 입문하는 고교생 4인방 가운데 특히 연제문의 강단 있는 연기가 눈길을 끈다. 영화의 전반부는 이 겁없는 10대들이 처한, 실은 너무도 두려운 상황을 묘사하는 데 공을 들인다. 자연히 강철중·이원술의 캐릭터가 맞붙어 본격적인 속도를 내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는데, 소재의 민감성을 감안하면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던 듯 보인다.

강철중만큼이나 사랑받았던 건달 산수(이문식)와 칼잡이 용만(유해진)도 다시 등장해 치고 빠지는 식으로 제 활약을 한다. 산수는 이제 외제차를 모는 노래방 사장이 돼 강철중의 부아를 돋우고, 정육점 주인으로 변신한 용만은 강철중에게 불려가 칼잡이 강의 제2탄을 들려준다.

이후남 기자


“내가 가장 잘하는 것으로 마지막 승부”
데뷔 20년 강우석 감독

강우석 감독

-시사회 무대에서 가장 아끼는 작품으로 ‘투캅스’와 ‘공공의 적’을 꼽더라. 흥행으로는 ‘실미도’가 으뜸인데.

“‘실미도’는 리메이크 해보고 싶은 작품이다. 왜 그렇게 유머 없이 찍었는지. 유머가 좀 있었더라면 후반부 감동이 더 커졌을 텐데. 이번에는 진작부터 유머를 강조했다.”

-엄 반장(강신일)과 순둥이 김 형사(김정학) 등 1편의 캐릭터를 다시 데려왔다. 이문식과 유해진은 말할 것도 없고 .

“시리즈의 연속성을 위해서다. ‘강철중’을 만든다니까 주변에서 하는 말이, 산수(이문식) 나오죠, 하는 거다. 시나리오 초고에는 유해진만 있었는데, 서둘러 이문식을 넣었다.” (웃음)

-강철중은 누가 봐도 설경구의 맞춤옷이다. 6년 만에 그 옷을 꺼내 입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전부터 하고 싶다고 하더니, 막상 크랭크인 당일 촬영을 연기하면 안 되겠냐고 하더라. 긴장은 정재영이 더 했다. 현장에서 부들부들 떨기에 잘한다고 다독였다. 설경구한테는 그랬다. 넌 잘해야 본전이라고. 설경구도 그랬다. ‘적’(이원술)을 정말 잘 찍어야 한다고. 정재영은 캐스팅을 해놓고 그에 맞춰 시나리오도 나왔다. 그게 좋았다.”

-강철중은 여전히 구식 느낌이다.

“나 자신도 올해로 감독된 지 꼭 20년인데, 뭐 그리 달라진 게 없다. 1편에서 강철중은 마약을 빼돌려 한탕 해보려던 비리 형사였다. 그 5, 6년 뒤의 모습이 어떨까. 생활고에 지친 모습이 아닐까. 그가 또 나쁜 짓을 한다면 유치할 것 같았다. 이번 영화의 경쟁자는 1편이다. 1편과 같은 얘기로 비춰지는 게 가장 두려웠다.”

-미성년 고교생을 조폭에 합류시킨다는 게 위험천만이려니와, 영화로도 조심스러운 소재인데.

“기업화·직업화된 조폭을 다룬 시사프로를 봤다. 거기에다 유흥가의 조폭들이 아이들을 데려다 일을 시키는 현실을 결합했다. 또 조폭 영화냐 라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조심했다. 아이들이 싸우는 장면도 현란한 액션 대신 애들 싸움, 막싸움처럼 그리려 했다. 액션에도 드라마가 보여야 한다. 액션 자체로는 덜 멋있더라도, 캐릭터나 드라마가 드러나게 하려 했다.”

-‘한반도’ 이후 투자·제작한 영화가 거듭 실패했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상태였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모던보이’ ‘신기전’(둘 다 강우석 감독의 시네마서비스가 투자·제작했다. 올 하반기 개봉 예정)은 너무 만들고 싶은 영화였고, 안 되면 더 이상 투자 받을 곳이 없는 상황이었다. 내 작품,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걸로 마지막 승부를 해보고 싶었다.”

-‘공공의 적’ 1편은 청소년 관람불가였고, ‘강철중’은 15세 관람가다. ‘공공의 적’ 2편도 그랬지만.

“몇몇 험한 장면도 있지만, 영화 전체로 보아 줄 것으로 기대했다. 사실 ‘공공의 적’ 1편에서 엽기적 장면을 찍을 때는 나 스스로도 짜증이 났다. 암만 영화래도 존속살해는 너무 끔찍했다. 이번에는 처음부터 15세를 겨냥했다.”

글=이후남 기자, 사진=양영석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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