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줌업>'타고난 킬러' 열연 정우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6면

한 여인이 캄캄한 철로에 누웠다.가슴팍에는 다섯살난 사내아이를 안은채.기차가 달려오면서 여인은 아이를 안은 팔에 더욱 힘을 준다.
그러나 달려오는 기차에 겁먹은 아이는 엄마의 얼굴을 때리고 손을 깨물어 기어코 품안에서 빠져 나온다.엄마와 잠시 눈빛이 마주쳤을뿐 기차가 덮치고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십수년이 지난뒤 아이는 자신의 운명이 정해준 길을 간다.본 투 킬(Born to Kill).죽이기 위해 태어난 인생.93년 『구미호』에서 순진한 택시운전사로 데뷔한 정우성(23)이 1년6개월만에 킬러로 변신한다.
한창 촬영이 진행중인 영화 『본 투 킬』(감독 장현수)에서 그는 살인하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 살인청부업자 길 역을 맡았다.의뢰인(김학철)의 한마디 말에 타깃의 얼굴에 칼을 박지만 자신에게 관심을 보여준 호스티스 수하(심은하)에겐 전부를 바치는 인물.
6일 밤 김포읍의 한 천주교회에서 그를 만났다.그는 살인지시를 받는 장면을 촬영중이었다.186㎝의 키,휘청거리는 듯한 걸음걸이,물기어린 눈.첫눈에 그는 외로움을 타는 섬세한 성격의 소유자 같았다.그러나 가끔씩 눈에서 플래시처럼 강 렬한 눈빛이터졌다. 『「길」은 돈 때문에 살인하는 청부업자와는 달라요.자신을 거두어준 폭력단 두목에 대한 의리때문에 살인합니다.그에게허용된 삶의 방식이 그것뿐인 셈이죠.』 그는 말수가 적고 친절했다.영하 5도의 찬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진기자들의 집요한 요구에 묵묵히 응했다.그리고 촬영현장에 나타난 여고생팬들이 함께 사진찍기를 원하자 순순히 응해주었다.길은 내면에 고립된 유년의 자아를 갖고 있 다는 점에서 레옹과 닮았다.그러나 그는 『그건 킬러들의 공통점』이라며 『레옹과 길의 차이를 연기로 보여주겠다』고 한다.
정우성은 CF모델로 활동하다 영화로 뛰어들었으며,TV는 올해SBS-TV의 『아스팔트 사나이』한편에 출연했다.당분간 TV를통해 더 이상 보여줄게 없어 영화만 하겠다는 고집센 배우다.
글=남재일.사진=백종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