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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산철교 부실 무엇이 문제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당산철교가 준공 12년만에 전면 재수술에 들어가는데는 설계.
시공.유지관리등이 총체적으로 부실하게 이뤄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당산철교 부실의 가장 큰 원인은 미국 안전진단기관인 산타페사가 지적했던 것 처럼 강재등의 강도가 약한 「경량(輕量)」으로 설계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설계부실=당산철교는 비슷한 시기에 건설된 동호.동작철교가 트러스구조물위에 자갈을 깔았던 것과는 달리 자갈없이 바로 침목을 깔고 레일을 놓는 방식으로 설계돼 지어진 것도 균열을 일으키는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자갈을 깔지않는 구조 때문에 구조물도 가늘고 가볍게 설계했고,또 전동차의 하중에 대한 완충지대가 없어 세로보.가로보.트러스등 구조물이 직접 하중을 받아피로도를 가중시켰다.이같은 설계는 당시 국내에서 강교량에 대한피로도 연구나 피로설계 시방서.기 준등이 없어 경제성만 고려해설계하려 했기 때문이라는게 서울시관계자의 설명이다.
◇시공부실=서울시관계자는 당산철교가 70~80년대의 일반적인경향인 외적충격이나 피로누적등을 감안하지 않아 강재등의 단면에여유를 두지 않고 필요한 양만 사용하는 경량(輕量)으로 설계됐기 때문에 균열이 발생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시공상의 문제점은 거의 없다는 해명이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성수대교가 붕괴된 이후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안전점검에서 시공시 용접불량으로 인한 용접탈락현상이 21곳,볼트이탈이 수십곳에서 적발됐다.적발된 지점도 대부분하중을 많이 받는 세로보의 연결지점이어서 이곳■ 균열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당산철교를 건설한 남광토건은 부실시공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남광토건이 당산철교를 설계대로 시공했는지와 불량자재를 사용했는지 여부도 아직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전문가들로부터 철저히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서울시나 남광토건측은 하자보수기간이 성수대교 붕괴이전까지만 해도 5년(이후에는10년)이었기 때문에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유지관리=서울시가 당산철교에서 처음으로 균열을 발견한 것은92년10월.세로보와 철제빔등 80여곳에서 균열이 발견돼 전동차를 시속 30㎞ 이하로 감속운행하면서 땜질 보수작업을 벌였다. 즉 당산철교가 개통된 84년 이후 약 8년간은 겉하기식의 육안점검에 그쳐 전혀 이같은 하자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서울시도 유지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서울시는 이후에도 수백군데에 달하는 균열을 추 가로 발견하는등 뒤늦게 보수작업을 벌였으나 결국 땜질로는 한계가 있다는판단에 따라 철거라는 극약처방을 내린 것이다.
이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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