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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국제정보올림피아드 한국대표 4명 출전

중앙일보

입력

국제정보올림피아드(IOI, International Olympiad in Informatics)가 오는 8월 16~23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개최된다. 한국대표로 서울과학고 박재성(16)·권순일(17)·김찬민(18)군과 인천과학고 류지훈(17)군이 참가한다. 세계 학생들과 어깨를 겨룰 4명의 주인공을 만나보았다.


  이들은 이미 1~3년 전부터 실력을 갈고 닦아 왔다. 한국정보과학회가 한국정보올림피아드(KOI, Korea Olympiad in Informatics)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 2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교육을 통해서다. 일주일에 한 번 이메일로 문제를 받고 이를 풀어 제출하는 통신교육, 방학 중 합숙훈련을 하는 계절학교 교육, 정보과학 분야 교수진이 직접 지도하는 주말교육 등을 받아왔다. 이 가운데 두 번의 대표학생 선발고사를 치러 최종적으로 뽑힌 것이다.
  “대표 선발시험이 한국정보올림피아드보다 더욱 어렵다”고 학생들은 입을 모은다. 문제도 어렵거니와 6시간 동안 4문제를 푸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것. 하지만 이런 긴장감과 꾸준한 교육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됐다. 관심 분야가 같은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었던 것도 소득이다.
  웬만한 대학생을 능가하는 실력을 지닌 ‘정보 영재’들이지만 처음에는 공부 방법을 몰라 애태우기도 했다. 순일군은 “중1 때 ‘컴퓨터가 어떻게 만들어졌나’ 호기심이 생겨 학원에서 프로그래밍 문법을 공부했다”며 “이후 고교 입학 전까지는 딱히 배울 데가 없어 혼자 책보며 독학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추천하는 입문서는 Introduction to Algorithms(The MIT Press)와 Foundation of Algorithms(도경구역, 사이텍미디어).
  정보 분야는 요령보다 ‘무거운 엉덩이’가 필요하다는 것이 학생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관련 사이트를 활용, 기출문제를 많이 풀고 직접 프로그래밍한 것을 시험해 보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찬민군은 이틀 동안 거의 한숨도 안 자고 문제풀이에 몰두한 적도 있다. 하루 최대 30문제까지 풀어봤을 정도다. 순일군은 방학 때 2주간 방 밖으로 나오지 않고 프로그래밍에 매달렸다. 재성군은 중1부터 주말에도 쉬지 않고 매일 1~2문제씩 풀어 지금까지 총 해결 문제가 1000개를 훌쩍 넘는다. 세계적으로 많은 학생들이 찾는 북경대 사이트에서 문제풀이에 따라 순위를 매기는데, 재성군은 15등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내신성적 얘기에는 세 학생이 머리를 긁적인다. “전교 1등인 지훈이 성적만 밝혀주세요.” 정보 분야 공부는 학교수업과 관련이 다소 떨어져 내신과 병행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매달리는 건 ‘정말 하고 싶어서 하는 공부’기 때문이다.
  정보과학이 재미있는 이유는 뭘까. 순일군은 “프로그래밍을 잘 해서 답을 도출하는 시간을 단축시켰을 때 신이 난다”고 말한다. 재성군은 며칠 동안 고심하던 문제가 어느 순간 풀릴 때 쾌감을 느낀단다. 찬민군은 자신이 운영하는 사이트를 드나드는 것이 취미다. 정보에 관심있는 학생들에게는 이미 유명한 ‘Koi4u’라는 사이트다. 지훈군은 “정보올림피아드 문제 중에는 창의적인 생각을 요구하는 재미있는 문제가 많다”며 “새로운 방법을 고안해 내 이런 문제를 풀어냈을 때 성취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보 분야를 잘 하려면 무엇보다 수학적 논리·사고력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알고리즘(컴퓨터가 어떤일을 수행하기 위한 단계적 방법)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수학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이 필수. 문제해결 연습을 꾸준히 하는 동시에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늘 컴퓨터를 이용하는 만큼 게임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충고도 덧붙였다.
  이번 대회에서 이들의 목표는 총 응시인원의 12%에게 수여하는 금메달이다. 특히 재성군은 2006년 IOI에서 세계 2위로 금메달을 받고 올해 스탠퍼드대에 합격한 형(박재현·19)의 뒤를 잇고 싶다고 했다. 네 명의 IT 소년들은 다시 한번 각오를 다지며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늘 걱정해 주시는 부모님과 지도해주신 선생님께 보답하고 싶습니다.”

>>> 한국정보올림피아드 개요
지역(시·도)에서 선발된 학생들이 주어진 문제해결 능력을 겨루는 경시대회와 학생이 스스로 개발한 소프트웨어의 작품성을 평가하는 공모대회로 진행된다. 경시대회는 알고리즘 및 프로그램 작성 능력을 평가한다. 국제올림피아드와 마찬가지로 응시생의 50%에게 시상(금·은·동상)하며, 우수 입상자에게는 국제정보올림피아드 참가 후보자격을 부여한다. 공모대회는 16개 시·도 교육청에서 추천한 작품을 대상으로 한다. 공모대회 우수 입상자에게는 국제과학기술경진대회(Intel ISEF) 참가자격을 부여한다.

>>> 유용한 사이트
www.kado.or.kr/koi (한국정보올림피아드)
www.koi4u.net (개인운영 사이트)
acm.pku.edu.cn/JudgeOnline (북경대 사이트)

국제정보올림피아드란…
유네스코(UNESCO)가 주최하는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경진대회. 참가자격은 20세 미만 고등학생이하의 남녀로, 각국별 1개팀 4명까지 참가할 수 있다. 크로아티아에서 열린 2007년 대회에는 76개국이 출전했고, 한국은 19위를 기록했다. 수학적 지식이 요구되는 논리적 문제들, 효율적인 알고리즘을 적용하여 해결하는 문제들이 출제된다.

프리미엄 최은혜 기자
사진= 프리미엄 황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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