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어 수업 뭐가 문제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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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경기도 가평의 서울시교육청 영어체험교육원에서 영어교사들이 수업 컨설팅을 받고 있다. 전자칠판에 동영상으로 된 동료 교사의 수업 장면을 보며 거여초등학교 공에렌 교사<左>가 영어로 의견을 말하고 있다. [사진=배노필 기자]

영어 교사들이 카메라 앞에 섰다. 학생들 앞에서 연기하듯 수업을 진행한다. 교실 천장에 장착된 두 대의 카메라는 수업 내내 교사와 학생을 촬영한다. 수업이 끝난 뒤 원어민 강사와 동료 교사들은 전자칠판에 동영상을 재생해 장면별로 강의 평가를 한다. 경기도 가평에 있는 서울시교육청 영어체험교육원의 TEE(Teaching English in English· 영어로 하는 영어수업) 컨설팅룸의 모습이다.

영어체험교육원은 지난달 문을 열었다. 서울시내 초등 5학년과 중1 학생용 4박5일 영어캠프뿐 아니라 초·중·고교 영어교사들의 영어 강의 실력을 키우기 위한 연수센터로도 활용된다. 첫 연수생으로 선발된 48명의 교사(초등 24명, 중·고교 24명)들이 2일부터 석 달 일정의 합숙 프로그램에 들어갔다. 오전에는 영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강의가 있고, 오후에는 원어민 강사로부터 영어 교수법 강의를 듣고 수업 실습을 한다. 교사들은 매주 네 시간씩 돌아가며 TEE 컨설팅룸에서 수업 시연과 공동 컨설팅를 한다. 연수 대상은 자율적으로 신청한 교사들을 뽑는다. 9월부터는 6개월 과정으로 48명이 교육을 받는다.

◇수업은 ‘종합예술이다’=5일 은정화(개롱초) 교사의 TEE 컨설팅룸 수업 장면. “Hi, everyone! Oh. Sorry, I forget my name. Do you know my name?“(”여러분 안녕? 미안해요. 이름을 까먹었네. 누가 내 이름 알아요?”)

은 교사가 교단에서 연기하듯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영어캠프에 온 상봉초 5학년 학생 12명이 교사의 몸짓에 웃음을 터뜨렸다. 은 교사는 “계모는 나를 미워하고 언니들은 만날 청소만 시킨다”며 영어로 말을 이었다.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교사의 질문에 ‘신데렐라’라고 외쳤다.

이날의 수업은 가족 구성원의 호칭과 직업, 나이를 역할극을 통해 알아내는 방식이었다. 수업이 끝나자 원어민 강사 세 명과 초등 동료교사 24명이 강의 동영상을 재생해 가며 컨설팅을 했다. 모든 평가는 영어로 진행됐다. 원어민 수석강사인 브룩 애덤스가 “수업 시작 때 학생들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며 “그러나 교사의 질문이 특정 학생에게 집중됐다”고 지적했다. 은 교사는 “아이들의 영어 수준이 다양해 이해가 빠른 학생에게 기회가 많이 갔다”고 인정했다. 이어 학생들의 수준 차를 어떻게 고려해 수업을 이끌어갈지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은 교사는 “같은 학급 안에서도 수준별로 팀을 짜고 난이도를 달리하는 수업 과제를 주는 것이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수업 개선 어떻게=박숙영(두산초) 교사는 “영어로 수업할 수 있는 교사가 학교에 한두 명뿐”이라며 “자기 수업의 질을 평가해 줄 수 있는 동료 교사가 아예 없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애덤스는 “수업은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피드백의 과정”이라고 충고했다. 한국 교사들이 영어로 하는 영어수업을 두려워하지 말고 다른 교사들에게 공개하고 조언을 받아야 수업의 질 개선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김점옥 영어체험교육원장은 “해외 수업 컨설팅을 보면 교사의 옷차림·시선·손동작 하나까지 잘못된 점을 신랄하게 지적한다”며 “TEE가 성공하기 위해선 교사들의 수업 방식에 대한 지속적인 피드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평=배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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