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미로찾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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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상운은 사람을 스스로 망하게 하면 했지 직접 해치진 않는다고 들었는데.』 『그러나 완전범죄인 경우는 달라요.여기서 그는당신을 완벽하게 해칠 수 있으니까요.』 『쥐새끼같이 교활한 놈이군.그러니 항상 권태에 빠져 살지.그런데 당신은 왜 그걸 나에게 가르쳐주는 거요.상운에게 도움이 안될텐데….』 『저는 애인도 소중히 하거든요.그리고 아무리 해도 당신은 상운씨의 적수가 못돼요.상운씨가 당신이 왜 총을 쏘게 내버려두었는지 아세요?』 『?』 『그가 가장 좋아하는 게임이 바로 러시안 룰렛 이에요.빈 총에 총알을 하나 넣고 서로 자기 머리에 대고 쏘는 게임 말이에요.그는 그 게임을 해서 한번도 진 적이 없어요.물론 한 번이라도 졌다면 이 자리에 있지도 않겠지만요.그에 의 하면 삶의 스릴이 그 게임에 다 모여있다나요.그래서 상운씨는 보통 때도 남들로 하여금 자기에게 총을 겨누게 잘 만들어요.그러나 지금까지는 모두 상운씨의 승리였어요.상대방을 쏠 때는 못쏘고 뒤늦게 후회하니까요.당신같이 주저하지 않고 방아쇠를 당신사람은 처음이에요.물론 상운씨는 그런 경우에 대비해 지금같은 정교한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하지만요.』 『나도 처음엔 주저했소.그러나 당신 얘기를 들으니 더더욱 주저하지 말아야겠군요.』 민우는 다시 상운을 향해 총을 발사했다.상운이 다시 얼굴을 팔로 가렸다.민우는 곧 실탄이 떨어졌다.상운이 천천히 허공에서 다가오며 말했다.
『재주가 좋군.내 애인들로 하여금 호감을 느끼게 하다니.』 『따뜻하게 대해주면 여자들은 다 좋아하죠.비록 돈이 없어도 말이오.』 민우는 권총을 집어던지고 가방에서 조그마한 기관단총을집어들었다.상운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정말 채영은 죽지 않았구나.이런 준비까지 갖추다니…교활한 년! 감히 나에게 대항하려 하다니.』 상운의 손이 번쩍 들리면서 갑자기 사방에서 불길이 치솟았다.민우는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났다.이 때 바닥에서 뾰족한 바늘들이 민우의 발등을 뚫고 솟아올랐다.민우는 기겁을 했으나 조금도 꼼짝할 수 없었다.주위에서 뱀과 지네들이 바늘 사이를 기어서 민우에게로 다가왔다.민우는 그것들을 향해 총을 발사했다.상운에게서 싸늘한 웃음이 흘러나왔다.상운이 한 손을 민우에게 향하자 동굴 안쪽에서 커다란 바위가 민우에게로 굴러갔다.민우는 기겁을 하며 뒤로 물러났다.
상운의 연거 푸 이어지는 손짓에 따라 커다란 바위들은 민우를 향해 무더기로 굴러갔다.민우는 그것들을 피해 자기도 모르게 동굴 입구까지 물러났다.
글 김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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