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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천막농성 초선이 상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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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 사람도 초선인데 나보다 나이가 많아.”(김재윤 의원·43)

“초선 중에 40대가 몇 명이지….”(강기정 의원·44)

지난 3일 통합민주당이 ‘쇠고기 재협상 촉구’ 철야농성을 벌이던 국회 본청 계단 위 천막. 재선인 김재윤 의원과 강기정 의원이 당 소속의원 명단을 펼쳐놓고 나눈 대화다. 쇠고기 농성을 시작한 지 일주일을 넘겨도 초선의원들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서다. 체력이 소진되는 야당의 장외 집회나 철야 농성은 주로 초선들의 몫이었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의 상황은 정반대다.

17대 국회 열린우리당 시절엔 개성이 강한 초선이 108명이나 돼 ‘백팔번뇌’라는 별명까지 붙었지만 지금은 81명의 의원 중 초선은 21명에 불과하다. 초선들의 평균 나이도 17대 국회의 49.1세에서 53.4세로 많아졌다. 재선의원 36명의 평균나이(52.0세)보다도 많다.

초선들 중 40대 이하는 김유정(39)·전현희(44)·이춘석(45)·안규백(47)·박선숙(48) 의원 등 5명뿐이다. 특히 초선들 대부분이 장관·군사령관·지방자치단체장 출신 등 경력도 만만찮아 초선이라는 이유로 당의 궂은일을 마구 할당하기가 어려운 구조다.

원내의 궂은일을 도맡는 원내부대표 9명 중 6명이나 재선을 임명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그동안 천막 농성을 주도한 건 재선·3선 의원들의 모임인 ‘개혁과 미래’였다.

3선의 송영길 의원은 지난달 28일부터 꼬박 열흘을 대리석 계단 위에서 보냈다. 노숙에 동참한 사람은 강기정·김재윤·안민석·조경태 의원 등 재선 그룹이었다. 대신 ‘나이 많은’ 초선들은 지난 3일 의원총회에서 교대로 천막을 지키기로 결의해 조를 편성한 뒤에나 하나 둘씩 천막에 얼굴을 보이기 시작했다.

민주당의 의원 총회에서도 ‘초선들의 경륜’과 ‘재선들의 투지’가 종종 마찰을 빚는 기현상이 벌어진다.

건설교통부 장관 출신인 초선의 이용섭(57) 의원은 “장외 투쟁도 필요하지만 원 구성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자칫 공세에 빌미를 줄 수 있다”며 “개원 협상을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재선의원들은 “아직 모드 전환이 안 된 것 같은데, 여긴 야당이다” “아직도 정부 관료인 줄 착각하는 분이 있다”고 핀잔을 줬다.

물론 나이도 잊은 채 열의를 보이는 적응력 빠른 초선들도 아주 없는 건 아니다.

노무현 정부에서 국가청소년위원장을 지낸 최영희(58) 의원은 장외 투쟁 국면에서 벌어진 모든 집회에 빠짐없이 참석해 선배 의원들의 호감을 샀다. 여성운동가 출신인 최 의원은 “국회엔 늦게 들어왔지만 운동은 내가 선배”라며 “정부 녹을 잠시 먹었다고 정부의 실정에 맞서는 행동을 주저한다는 소리는 듣기 싫다”고 말했다. 김상희(57)·전혜숙(55) 의원도 농성장에 개근하는 열성파 초선에 속한다.

서갑원 원내수석부대표는 당 초선의원들에 대해 “배경과 연배가 달라 편하게 의사소통하기 조금 어려운 점이 있다”면서도 “시간을 갖고 대화하다 보면 그들의 경륜과 전문성이 장점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임장혁·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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