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행복하고 싶으면 조금은 둔감해져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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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감정 커뮤니케이션
김광수· 김아중 지음,
한나래, 284쪽, 1만5000원

인간이기에, 우리는 사랑을 한다. 즐거워하기도 한다. 때론 외로움을 느끼고, 슬픔에 빠진다. 1억 년 전 원시인도, 2000년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도 매 순간 감정에 휩싸이기는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도대체 감정이란 무엇일까.

고려대 언론학부 교수인 지은이는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겪는 감정을 행복·공포·사랑·분노·역겨움·슬픔의 여섯 가지로 나눠 하나씩 접근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인 행복을 살펴보자. 살면서 가장 행복한 때는 언제였던가. 대학에 합격해 너덜너덜해진 대입 참고서를 싹 치울 때? 아들을 낳아 시어머니 앞에서 어깨를 펼 때?

이 책의 공동집필자이자 지은이의 고려대 언론대학원 제자인 김아중씨는 연기자로서 몰입의 절정에 이를 때 가장 행복하다고 털어놨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서 주인공 한나의 고백이 담긴 마지막 콘서트 장면을 찍을 때가 그런 경우라고 한다.

“쌓였던 긴장이 단번에 날아가고 한 번의 호흡으로 마지막 ‘컷’사인이 들릴 때까지 완벽하게 도달할 때의 충만함! 가장 큰 행복이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이 순간 때문에 연기를 하는 것 같다.”

‘미녀’도 외로움을 느낀단다.

“현장의 모든 준비가 끝나고 어디선가 ‘스탠바이 해 주세요’라는 불가항력의 소리가 들리면 벌떡 일어나 카메라 앞까지 걸어가는데 그 거리와 시간이 너무 불안하고 초조해서 결국엔 외롭고 쓸쓸하기까지 하다.”

그럼 행복하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매뉴얼은 친절하게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조금은 둔감해질 필요가 있으며 남과 비교해선 안 된다. 사소한 데서 즐거움을 찾을 줄도 알아야 한다.’

찰리 브라운과 강아지 스누피가 행복을 느낀 순간은 연필을 찾았을 때, 휘파람 부는 방법을 배웠을 때, 신발 끈을 처음 혼자서 묶었을 때라던가. 소소한 일상에서도 얼마든지 행복을 찾을 수 있다.

감정은 신체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그래서 화가 날 때는 밥을 먹으면 안 된다. 혈관이 수축해서 혈압이 오르고 호흡이 가빠져 체하기 쉽기 때문이다.

당신의 화 점수와 대인공포 정도, 사랑 스타일, 그리고 행복 지수를 매겨보는 코너도 마련돼 있다. 점수를 보고 실망하거나 놀라지 마시길. 모든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기에.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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